매일신문

천적 없는 멧돼지 여름 도심 활보

어린이공원·수목원 잇단 소동…앞산·와룡산 등 서식 추정

"요즘엔 멧돼지가 때를 가리지 않고 나타나네요."

멧돼지가 때를 가리지 않고 출몰하고 있다. 겨울철 먹이가 부족해 산에서 내려오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번식기를 지낸 멧돼지가 대구 도심을 누비고 있는 것.

멧돼지의 잦은 출몰은 번식이 활발해진 탓도 있지만 천적이 사라졌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개체 수가 늘어나면서 영역 싸움에서 밀린 일부 멧돼지들이 도심으로 진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행정 당국도 통상 유해 조수 수렵기간이 아님에도 기간을 따로 정해 멧돼지 퇴치에 나선다.

13일 오전 6시 50분쯤 대구 수성구 범물동 관계지 인근 어린이공원에 멧돼지 한 마리가 나타나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무게 80~90㎏으로 추정되는 이 멧돼지는 7시 10분쯤 경찰과 소방대원 등 8명이 출동하면서 사살됐다. 이 멧돼지는 공원 주변 수풀을 돌아다니다 운동하러 나왔던 시민들에게 발견돼 신고된 것이었다.

11일 오전 6시 20분쯤에도 대구 달서구 대곡동 대구수목원에 멧돼지 한 마리가 나타나 수목원 일대를 휘젓고 다녔다. 100~120㎏으로 추정되는 이 멧돼지는 1시간 20분 동안 수목원 안에 있다 현장에 출동한 엽사에게 사살됐다.

전문가들은 이 멧돼지들이 대구 도심 외곽에 있는 앞산과 와룡산 등지를 중심으로 서식하다 번식기 이후에 도심으로 내려오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멧돼지는 습성상 매년 4월 번식기를 지나고 이맘때면 새끼와 무리를 지어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멧돼지의 도심 출현을 막을 방법이 없다. 개체 수 파악도 안 되는데다 사실상 출현과 동시에 사살한다는 대처 정도에 그치고 있다. 또 멧돼지 성체의 경우 하룻밤 사이 60㎞를 이동할 수 있어 관할 관공서에 따라 멧돼지 대처법을 세우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이에 따라 등산객은 물론 산 인근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불안감은 커진다.

사정이 이렇지만 대구 앞산, 와룡산 등에는 포획을 위한 트랩이 없다. 불법이라는 이유에서다. 앞산과 청룡산 등 멧돼지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곳을 관할하고 있는 대구 달서구청은 "유해 조수 수렵 기간이 겨울철로 한정돼 있었지만 최근 멧돼지가 자주 출몰해 도심으로 내려오면서 농가는 물론 도시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며 "17일을 전후로 달성군과 함께 유해 조수 수렵을 허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멧돼지를 만나면?

◆소리를 지르면 적으로 인식한 멧돼지가 더 놀라 덤벼들 수 있다.

◆등을 보이고 뛰는 것도 금물이다.

◆멧돼지를 공격하는 듯한 행동은 더더욱 안 된다.

◆멧돼지의 시선을 피하면서 천천히 나무나 바위 뒤로 숨는 것이 좋다.

◆번식기를 끝낸 뒤인 6월과 7월 새끼들을 데리고 이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신경이 예민하므로 더욱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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