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검사님! 꼭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구속된 소년들 '감사의 편지'

대구지검 김지연 검사 받아

구속수감 중인 청소년 2명에게 감사의 편지를 받은 대구지검 안동지청 김지연 검사가 편지를 들어 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전종훈 기자
구속수감 중인 청소년 2명에게 감사의 편지를 받은 대구지검 안동지청 김지연 검사가 편지를 들어 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전종훈 기자

'검사님과 했던 약속 절대 잊어버리지 않고 검정고시에 꼭 합격해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고등학교 졸업장이라는 목표를 만들어줘서 고맙습니다. 성실하게 살며 부모에게 효도하겠습니다.'

지난달 20일 대구지방검찰청 안동지청(지청장 배용찬)으로 한 통의 편지가 날아왔다. 글씨 크기도 들쭉날쭉하고 맞춤법도 틀려 펜으로 되쓰며 검게 지우는 등 다소 서투른 편지였다.

이 편지는 청소년 관련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김지연(29'사법연수원 40기) 검사 앞으로 온 것이었다. 편지를 보낸 이는 지난 5월 영주와 제천 등에서 차량과 오토바이, 금은방 절도 등의 혐의로 구속된 A(16) 군이었다.

A군은 편지에서 '절대로 다시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겠다. 약속한 검정고시를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이 모든 게 검사님이 웃으면서 나를 타이른 덕분'이라고 했다. 조사 내내 자신의 미래를 걱정해주며 검정고시를 보도록 타일러준 김 검사를 잊지 못한 A군이 감사의 편지를 보낸 것이다. 죄를 묻기 위해 철저하게 조사하는 검사와 피의자 사이에 좀처럼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2일 김 검사에게 또 다른 편지가 도착했다. 이번에는 같은 사건으로 조사를 받았던 B(18) 군이었다. 구속 수감 중인 B군 역시 '마지막 조사에서 미래를 걱정해 주고 나에게 '고등학교 졸업장'이란 목표를 만들어 줘서 고맙다. 이곳을 나가게 되면 성실하게 살며 부모에게 효도하겠다'고 했다. B군은 "사회에 다시 나갈 때는 최소한 고등학교 졸업장이라도 있어야 한다"며 큰 누나같이 따뜻하게 충고해준 김 검사에게 감사의 편지를 쓴 것이다.

김 검사는 "사건으로 조사를 받게 되는 어린 친구들을 보면 다들 내 동생 같고 가엽다는 마음이 든다"며 "죄을 지었다고 해서 미래가 없는 아이들은 아니다. 그 친구들의 미래를 지켜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검사는 이달 초 '용기를 잃지 말라'는 내용의 답장을 A군에게 보냈고, 조만간 B군에게도 편지를 보낼 계획이라고 했다. 안동'전종훈기자 cjh4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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