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이 숨진 베트남 엄마에… 불법체류 수사 나선 경찰

대구 동부署 어이없는 수사…유족들 "가슴에 두 번 피멍"

"한국은 제 아들을 빼앗아 간 데 이어 저마저 쫓아내려고 합니다."

지난달 대구 동구 한 농수로에서 어린이 2명 익사 사고(본지 6월 7일 자 5면 보도)의 피해자 중 한 명인 다섯 살 아들 C군을 잃고 매일 눈물로 지새우고 있는 베트남 출신 A(28'여) 씨는 최근 가슴에 또 피멍이 들었다.

대구 동부경찰서가 이달 17일 A씨에게 '불법체류'에 대해 조사를 하겠다며 경찰서에 나와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청천벽력 같은 경찰의 요구에 유족들은 "결혼한 지 7년이 넘었고 한국 국적을 취득한 지도 4년이 다 돼가는 데 난데없이 7년 전 입국 당시 불법체류를 했다며 수사를 한다는 것에 어이가 없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경찰의 불법체류 수사 근거는 A씨의 첫 아이 출산일이 입국 날짜에서 정상 임신기간인 10개월이 안 된다는 것 때문. 이에 A씨가 그전에 불법체류 신분으로 한국에 들어온 것이 아니냐며 수사를 진행한 것이다.

이에 유족들은 경찰이 국제결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유족은 "A씨는 베트남 현지에서 결혼식을 먼저 올렸고 서류절차상 비자발급에 3, 4개월이 소요된 이후 2006년 8월 한국으로 왔다"며 "베트남에서 결혼식을 할 당시 임신을 했고 입국한 지 7개월여 만에 C군의 형인 첫 아이를 출산했다"고 했다.

이어 "결혼해서 아이들을 낳고 산 지 이미 7년이 넘었고, 한국 국적을 취득한 지도 4년 정도 됐는데 이제 와서 아이를 잃고 상심이 큰 A씨를 상대로 불법체류 수사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동부경찰서 외사과 관계자는 "C군의 어머니가 불법체류를 했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나서게 됐다"며 "유족들이 결혼중개업체를 통해 소명한 내용을 살펴본 결과 유족이 직접 출석할 필요가 없다고 통보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지난달 6일 대구 동구 용계동 한 농수로에서 C군과 B(7)군이 물에 빠져 숨졌고, 동부경찰서는 농수로 관리책임이 있는 한국농어촌공사 달성지사 담당자를 상대로 업무상 과실 여부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사고가 난 지점은 농수로 수심이 30~40㎝에서 130~150㎝로 갑자기 깊어지는 곳이지만 사고 당시 농수로에 펜스나 철조망 등 안전시설이 없었던 점을 들어 업무상 과실 혐의로 계절직 수로관리원(51)과 한국농어촌공사 달성지사 담당자(55)를 검찰에 송치했지만 같은 달 23일 추가 조사 지휘가 내려와 현재 보강 수사를 벌이고 있다. 유족들은 한국농어촌공사 달성지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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