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편지] 성형, 휴대폰처럼 세계적 브랜드로

한국이 세계 최고라고 자랑할 수 있는 것은 휴대폰만이 아니다. 성형기술도 세계 최고다. 미국과 유럽보다 성형기술이 앞선다고 할 수는 없으나 서양인과 동양인에 대한 성형수술은 근본적으로 달라 비교할 수가 없다.

서양은 눈이 들어가고 광대뼈가 튀어나오고 사각턱이 있는 얼굴 윤곽이 뚜렷한 여자를 미인으로 친다. 동양은 오히려 광대뼈나 사각턱이 없는 계란형 얼굴을 좋아한다. 서양에서는 광대뼈 및 턱뼈 확대술이 유행하지만 동양에서는 오히려 광대뼈를 깎고 사각턱을 없애는 수술을 한다. 서양에서는 코를 줄이는 수술을, 동양에서는 크게 하는 수술이 유행이다. 동양에서 가장 많이 하는 쌍꺼풀 수술은 서양에는 아예 없다. 동양인의 성형만큼은 한국이 세계 최고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배경에는 외모 지상주의가 깔려 있다. 한국에서는 외모가 출세, 결혼, 취직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다. 결혼정보회사에서 여성의 첫째 조건은 외모, 남성의 첫째 조건은 경제력이다. 인간의 가치를 결정하는 진선미 중 진과 선은 뒤로 밀리고 미가 첫째로 올라섰다.

2011년 통계에 의하면 연간 국내에서 이루어지는 성형수술이 65만 건이다. 성형시장의 규모도 5조원 정도라고 한다. 인구 1천 명당 13.5명이 성형수술을 한다. 물론 성형수술 숫자로는 미국이 가장 많다. 그러나 인구 대비 성형수술 비율로는 한국이 단연 최고다. 성형외과 전문의 숫자는 세계 3위권이다. 미국이 가장 많고 두 번째가 브라질이다. 셋째가 한국으로 거의 2천 명에 육박한다. 인구 대비 성형외과 전문의 숫자도 단연 한국이 최고다. 국제미용성형수술협회(ISAPS)에 따르면 나이를 불문하고 한국 모든 여성 전체를 대상으로 했을 때 5명 중 1명은 성형수술을 한다고 한다.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할머니들도, 고등학교를 졸업한 여고생도, 결혼을 신부도 성형을 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지하철도, 버스도 인터넷에도 온통 성형 광고투성이다.

돈이 되다 보니 일반의, 가정의, 피부과, 마취과, 안과, 치과, 산부인과 등 전공에 상관없이 의사들이 성형시장에 뛰어든다. 국내에서 성형시술이 이뤄지는 곳은 9천여 곳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성형외과 전문의가 있는 곳은 1천 곳 정도에 불과하다. 비전문의로 구성된 미용외과학회 회원도 3천 명이 넘는다.

세계 최고인 성형기술을 휴대폰처럼 세계적 브랜드로 만들어 21세기 새로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만들면 어떨까? 다행히 최근 성형을 포함한 의료관광을 한국의 10대 국가전략산업으로 정했다. 외국 환자 유치에 관한 규정을 대폭 풀고 의료서비스에 관광 및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하여 한국을 먹여 살릴 새로운 먹거리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박대환 대구가톨릭대병원 성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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