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는 윤모(50) 씨. 불과 2년 전만 해도 그는 먹고사는 걱정은 하지 않았다. 크지는 않지만 그가 운영하는 사업체가 잘 돌아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리한 주식 투자로 큰 손실을 본 데 이어 사업마저 실패하면서 상황이 돌변했다. 하루아침에 가세가 기울어 빚더미에 올라선 윤 씨는 호구지책으로 취업을 선택했다.
나이가 많아 취업 과정도 순탄하지 않았다. 윤 씨는 사업 경험을 살려 겨우 취업에 성공했다. 하지만 빚 때문에 생활고가 심화되고 있어 재무상담클리닉센터 문을 두드렸다.
Q: 현재 월 소득은 300만원이다. 지금의 소득으로 저축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대출금 갚는 데 소득의 상당 부분을 지출하고 나면 남는 돈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절약해도 생활비 충당하기가 벅찬 상황이다. 어떻게 하면 어려운 상황을 벗어날 수 있을까?
◆아파트를 팔아 빚부터 갚는 것이 순서
윤 씨는 5년 전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1억5천만원 정도의 손실을 봤다. 이때 5천만원의 빚을 졌다. 당시에는 사업이 잘되었던 까닭에 5천만원의 빚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경기침체 여파로 2년 전 부도가 나면서 빚은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불어났다. 취업 후 매달 120만원씩 대출금을 상환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게다가 큰딸의 대학등록금을 대출로 충당하다 보니 대출금은 좀처럼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윤 씨가 갚아야 할 대출금은 1억5천만원에 이른다.
윤 씨가 빚의 악순환에서 벗어나려면 과감한 결정이 필요하다. 고질적인 빚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출금을 정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매달 대출금 상환에 지출되는 돈을 줄이면 윤 씨는 저축 여력을 확보할 수 있어 삶에 희망을 가질 수 있다.
현실적으로 윤 씨가 대출금을 상환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바로 아파트를 처분해 빚을 갚는 것이다. 윤 씨는 현재 대구 수성구에 2억5천만원짜리 109㎡(33평)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
아파트는 윤 씨의 전 재산이다. 그동안 윤 씨는 '지금 아파트를 팔면 언제 다시 집을 장만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에 아파트를 처분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현재 윤 씨의 소득으로는 아파트를 처분하지 않고는 빚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은퇴 후 노후빈곤층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최근 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올라 처분하기에 적기다. 특히 윤 씨가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는 학군이 좋아 좋은 가격에 팔 수 있다. 따라서 당장 아파트를 처분할 것을 권한다.
아파트를 처분해 대출금을 정리하고 나면 1억원 정도 돈이 남는다. 이 돈으로 아파트 전세를 얻어 주거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 수성구 지역을 벗어나면 1억3천만원으로 109㎡(33평) 아파트 전세를 얻을 수 있다. 부족한 돈 3천만원은 근로자'서민 전세자금대출을 이용하면 저금리로 조달할 수 있다. 근로자'서민 전세자금대출은 연소득 5천만원 이하 무주택 가구주를 위해 정부에서 지원하는 전세자금대출 상품으로 대출금리는 연 3.3%에 불과하다. 대출금은 매월 이자만 내다 2년 후 원금을 일시에 상환해야 한다. 하지만 최장 8년까지 연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원금 상환 부담이 심하지 않다.
다행히 윤 씨는 아파트만 처분하면 대출 대상자가 될 수 있다. 윤 씨가 근로자'서민 전세자금 3천만원을 대출받게 되면 매월 8만2천원(대출금리 3.3%)의 이자만 내면 된다. 그러면 대출금 상환에 사용하는 돈이 기존의 120만원에서 8만원으로 줄어 112만원 정도 여유가 생긴다. 윤 씨에게 112만원은 희망의 불씨다. 이 돈을 저축해 종잣돈을 만들어 새로운 출발을 기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Q: 걱정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둘째 딸이 대학에 진학하면 등록금 역시 대출로 충당해야 한다. 자녀 결혼비용까지 생각하면 노후준비는 꿈도 꾸지 못한다. 앞으로 10년 이상 일을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앞으로 목돈 들어갈 일이 많기 때문에 종잣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어려운 시기일수록 재무계획 잘 세워야
윤 씨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는 지금이다. 새롭게 출발한다는 각오로 재무계획을 잘 수립해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윤 씨는 생활비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실손의료보험 해지를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윤 씨에게 실손의료보험은 혹시 모를 불행에 대비하는 하나의 방패막이다. 만일 지금 상황에서 가족 가운데 한 사람이 병에 걸리면 윤 씨의 가정 경제는 파탄 날 가능성이 높다. 어려운 형편에 새로 보험을 드는 것은 문제가 된다. 하지만 있는 보험을 유지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여러 가지 정황을 종합해 보면 굳이 보험을 해약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당분간 윤 씨의 재무설계 목표는 종잣돈 마련이다. 이에 따라 대출금 정리로 인해 생긴 여윳돈 112만원 가운데 50만원은 적립식 펀드에 넣어 운용할 것을 권한다. 다만 과거 주식투자 실패를 거울 삼아 적립식 펀드에 투자할 때에는 투자원칙을 잘 준수해야 한다. 윤 씨가 명심해야 할 투자원칙은 첫째 합리적인 기대수익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연 10% 정도의 수익률을 올린다는 생각으로 투자를 해야 한다. 연 10%의 수익률만 올려도 5년 만에 4천만원의 목돈을 만들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둘째는 단기적인 변동성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은행 적금에 돈을 넣는다는 마음으로 장기 투자를 해야 한다. 셋째는 인기에 편승한 투자를 하지 말아야 한다. 아무리 잘나가는 금융상품이라 하더라도 이것저것 꼼꼼히 따져 보고 가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되도록 빨리 종잣돈을 만들겠다는 욕심에 인기 있는 상품에 몰아서 투자하는 것도 금물이다.
현재 윤 씨는 노후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상태다. 이를 감안하면 변액연금보험(월 30만원)에 가입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윤 씨의 나이를 고려하면 지금 연금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연금보험은 적어도 10년 정도 저축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적립식펀드와 변액연금보험에 가입하고 남은 돈 32만원은 정기적금에 넣어 자녀 교육자금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
지금 윤 씨에게 필요한 것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계획한 재무설계를 차근차근 실천해 나가는 용기와 끈기다. 재무설계가 계획대로 추진되면 윤 씨의 생활은 한결 나아질 것이다. 전세 자금으로 빌린 3천만원을 갚을 수 있는 것은 물론 다시 내 집을 마련할 수도 있다. 현재 윤 씨의 부인(48)도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늦은 나이에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가정 경제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이렇게 가족이 하나 되어 움직이면 어려움은 곧 희망으로 바뀐다.
자료=계명대 산업경영연구소 부설 재무상담클리닉센터 정리=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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