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진품·복제품 한자리에'미술&패션 SALE전'

BK갤러리 이색 전시회

청도 최복호 패션문화연구소 BK갤러리에서 31일까지 열리고 있는
청도 최복호 패션문화연구소 BK갤러리에서 31일까지 열리고 있는 '미술&패션 SALE전' 은 작품을 바다에 놓고 전시한다.

미술과 그림이 '낮은 자리'로 내려왔다.

낮은 곳으로 내려온 그림을 통해 예술과 생활의 만남을 목표로 하는 전시 '미술&패션 SALE전'이 청도 최복호 패션문화연구소 BK갤러리에서 31일까지 열리고 있다.

이번 '미술&패션 SALE전'에는 화가들이 그린 '미술작품'과 화가들의 그림을 컴퓨터 등을 이용해 대량 생산한 '그림작품'이 동시에 전시된다.

화가의 작품과 복제물을 한자리에서 동시에 전시한다는 것은 낯설고 다소간 어이없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최복호 관장은 이번 전시는 "미술과 그림, 투자가치와 감상가치, 저 높은 곳에 있는 그림과 낮은 곳에 발 딛고 선 관람객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패션 디자이너로 이름난 그가 5년간 화랑을 운영하면서 느낀 것은 우리나라 미술이 컬렉터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거였다.

"일반적으로 컬렉터들은 미술을 소장과 감상이 아니라 투자의 가치로 봅니다. 또 화가들은 컬렉터의 취향에 맞춰 그림을 그립니다. 컬렉터들의 구매 행위가 작가들의 창작 방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지요. 그러다보니 미술은 점점 일반인들과 거리가 멀어지게 되었어요. 작품의 흐름은 물론이고 가격 역시 일반인들은 감히 엄두도 내기 힘든 정도에 이른 것이지요."

최 관장은 이번 전시회에서는 화가들이 그린 '미술작품'과 대량 복제한 '그림작품'을 동시에 전시한다고 했다. 일반인들이 미술에 좀 더 쉽게 다가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려는 의도라고 했다. 그림을 구매해본 경험이 적거나 없는 사람들은 먼저 복제한 작품 즉 '그림'을 구매해서 집에 걸어두고 즐겨보자는 것이다. 그렇게 그림과 친숙해지는 과정을 거친 후에 미술작품 소장에 욕심을 내 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것이다.

기획의도가 그런 만큼 이번 전시에 나온 작품들은 대부분 30×30으로 소품이고 값 역시 놀랄 만큼 저렴하다고 했다. 값을 낮추면 그림의 가치까지 떨어진다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작가들의 이해를 일일이 구했다고 했다. 물론 큰 작품도 일부 있으나 이 역시 참여와 구매를 지향한다는 의도에서 값을 저렴하게 책정했다. 미술품을 투자가 아니라 소장과 감상가치로 치환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미술&패션 SALE전'의 또 하나의 특징은 작품들이 벽에 걸려 있지 않고 전시장 바닥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최 관장은 여기에도 명확한 기획의도가 있다고 했다.

"갤러리를 찾는 관람객들은 언제나 벽에 걸린 그림을 접합니다. 미술품을 바닥에 내려놓음으로써, 벽에 걸리기 이전의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 그림 주변에 있는 피아노 의자에 편안하게 앉아 바닥에 놓인 그림 중에 어떤 그림을 선택할 것인지, 선택한 그림을 어떻게 벽에 걸 것인지, 벽에 걸어두면 어떤 모습이 될 것인지 생각하는 과정을 통해 미술 감상의 또 다른 재미를 부여하고 싶었습니다. 미술품 자체에 대한 감상뿐만 아니라 그 작품이 차지할 공간을 함께 고민하는 것 역시 미술감상의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최복호 관장은 "이번 '미술&패션 SALE전'에 어떤 작가가 참여하는지 공개하지 않았다. 가격 역시 공개하지 않았다. 구매를 원하는 사람에게만 알려줄 생각이다. 작가의 이름이나 가격이 아니라 그림을 먼저 보자는 의도다"고 말했다. 054)371-9009.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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