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여성 범죄

범죄의 가장 잔인한 형태라 할 수 있는 연쇄살인에서 남성의 비율은 여성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연쇄살인범 대부분은 남자들이며 여자들은 매우 적다. 범죄 전문가들에 따르면 성별 특성상 남성 범죄는 폭력성이 강한 데 비해 여성 범죄는 폭력과는 거리가 멀어서 이러한 차이로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1990년대 미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에일린 워노스가 불우한 가정환경 속에서 자라나 남성에 대한 분노를 키운 끝에 연쇄살인범이 된 것은 극히 예외적이다.

여성 범죄 발생률은 남성 범죄의 10~20% 정도에 그치며 절도, 사기 등 재산 범죄의 유형이 많다고 한다. 여성이 살인을 저지르더라도 어린 자식이나 남편 등 대상이 가까운 사람에 한정되는 것도 뚜렷한 특징이다. 독일의 범죄 전문가 슈테판 하르보르트는 남성이 전혀 모르는 타인까지 포함해 대개 상대를 제압하거나 제거하려고 하는 데 비해 힘이 약한 여성은 제압당하지 않거나 제거당하지 않으려고 살인을 범한다고 지적했다. 하르보르트가 독일의 여성 연쇄살인이 흉기가 아니라 주로 독살에 의존했다고 분석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여성 범죄율은 여성의 사회적'경제적 지위가 높아지고 사회 진출이 활발해질수록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는 여성 범죄율이 1980년 이전 3~9% 정도였으나 1980년대 이후 10% 이상으로 증가했으며 2000년대 이후에는 여성 범죄 증가율이 남성 범죄 증가율의 2배에 달했다는 보고서도 나왔다. 우리나라의 여성 범죄율은 과거에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낮으면서도 생존경쟁에서 보호돼 낮았던 반면, 최근 들어서는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면서 생존경쟁에도 내몰리게 돼 높아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친구 사이인 두 20대 여성이 남자 친구와 함께 과외 수업을 받던 10대 청소년을 골프채 등으로 때려 숨지게 한 사건이 일어났다. 여성들이 거친 폭력을 휘둘러 비극이 일어났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며 일반적인 여성 범죄의 경향과는 다른 형태를 띠고 있다. 여성 범죄의 예외적인 경우일 수 있겠지만, 사회가 흉포화되고 있는 한 단면인 것 같아 씁쓸하면서도 무서움을 안겨준다. 여성 청소년들이 또래를 폭행하는 사건도 심심찮게 일어나는 상황이고 보면 여성 범죄에 대한 인식과 대책을 바꿔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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