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상 백일장] 시3-아이 돌본 공은 없네

이길자(김천시 평화동)

도시에 살고 있는 아들 내외

손자를 맡겼다

밭일하랴 손자 키우랴 바쁜 와중에

이웃 할머니 놀러 가자고 꼬셔댄다

손자 때문에 못 간다고 하자

-너 혼자 집 볼 수 있지

-저녁 해거름에 올 거야

이웃할머니 말이다

할머니 기다리다 지친 저녁 무렵

국을 끓이려다 뜨거운 물에

발등 화상 입은 아이

지나가던 우체부 아저씨 우는 소리 듣고

얼른 병원으로 이송하고 부모에게 알렸다

놀러 간 할머니 늦게 도착해보니

손자가 병원에 있단다

아들의 한마디 어떻게 아이 혼자 두고

놀러 갈 수 있어요

-네! 어머니

며느리까지 합세해 야단을 친다

누워 있던 손자 벌떡 일어나

-할머니 탓 아니야

-생신이라 내가 국 끓이려다 그랬어

일한 공은 있어도 아이 돌본 공은 없구나

섭섭한 마음에 할아버지 사진 앞에서 눈물을 훔친다

아들 내외가 차린 생일상에서

아이는 돌보지 않을 거라고 구시렁거린다

◇지난주 선정되신 분은 이기순(미국 조지아 주 애틀랜타) 님입니다.

◆응모요령

▷지상 백일장

시'시조'수필'일기 등. 수필'일기는 200자 원고지 4, 5장 분량.

▷우리 가족 이야기

원고지 4, 5장 분량. 사진 포함.

▷보내실 곳: weekend@msnet.co.kr 또는 대구시 중구 서성로 20(700-715) 매일신문사 독자카페 담당자 앞. 문의 053)251-1784.

'우리 가족 이야기'에 선정되신 분과 '지상 백일장' 코너 중 1명에게는 소정의 상품을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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