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발전 연료비 연동제, 한전 존재 이유 없다

어제 새누리당이 내놓은 전기 요금 체계 개편안의 핵심은 누진 단계 축소가 아니라 연료비 연동제다. 석유, 유연탄, 가스 등 발전 연료 가격 변동에 따라 전기 요금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2011년 7월 도입하려다 물가 안정을 이유로 보류해온 제도다. 이에 따라 앞으로 발전 연료가 오르면 그만큼 국민은 전기료를 더 내야 한다.

이는 공기업인 한국전력이 민간기업과 똑같은 이윤 논리를 취하겠다는 소리다. 그렇다면 굳이 한전이란 공기업을 둘 필요가 없다. 공기업의 역할은 공공 서비스를 저렴하거나 적어도 적정한 가격으로 국민에게 공급하는 것이다. 연료비 연동제는 이를 포기하겠다는 소리다. 정부와 한전이 해야 할 일은 발전 연료 상승분을 자체적으로 최대한 흡수해 국민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다.

누진 단계 축소도 새누리당의 설명과는 달리 중산층의 전기료 부담을 더 높일 수 있다. 가장 큰 문제가 3단계 중 중간 구간(월 사용량 201~600㎾h)인 2단계의 폭이 너무 크다는 점이다. 이는 201㎾h 사용 가구가 그 3배를 쓰는 가구와 똑같은 요금을 내게 된다는 것으로 누가 봐도 불합리하다. 현재 보통 가정의 소비량은 350~400㎾h이다. 결국 3단계로 개편되면 400㎾h 이하 가구는 지금보다 요금이 늘어나고 400~600㎾h 사용 가구는 줄어든다.

전기 과소비의 주범인 산업용이 개편 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더 큰 문제다. 산업용 전기 판매 단가는 ㎾h당 92.83원으로 주택용(112.61원)의 82%에 불과하다. 이렇다 보니 1인당 산업용 전기 소비량(4천617㎾h)은 OECD 평균(2천445㎾h)의 두 배에 달한다. 결국 새누리당의 개편안은 전기 부족 문제를 일반 가정에 대한 사실상의 요금 인상으로 해결하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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