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금주의 정치 이슈] 여야 대치정국 언제까지

영수회담-3자회담이냐…주도권 싸움

여야의 대치정국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꼬인 정국의 한 축은 불발되고 있는 여야 영수회담이다. 청와대와 여야는 회담 참석자 명단을 두고 한 달여 동안 입씨름을 벌이고 있다.

국민은 궁금하다.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는 것에는 공감하면서도 거기에 누가 더 끼느냐가 그렇게 중요한 일인가? 여기에는 '회담의 정치학'이 녹아 있다. 유'불리가 스며 있다는 것이다. 한번 풀어보자.

◆역대 '영수회담' 어땠을까

대통령이 여당의 총재를 겸했던 시절 '영수회담'은 국정 현안을 푸는 최종 수단이었다. '여야 담판'으로 꼬인 실타래를 '싹둑' 잘랐던 것이다.

영수회담은 김영삼정부에서는 10차례, 김대중정부에서는 7차례나 이뤄졌다.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0년 의약분업으로 진료 마비 사태를 불러온 '의료대란' 속에서 야당인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이회창 당시 총재를 만나 '담판'을 지었다. 예정대로 의약분업을 시행하되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약사법을 개정하자는 것이었다. 이 전 총재는 "민생 문제는 협조하는 것이 상생정치"라고 했다.

하지만, 이후 대통령이 총재가 아닌 평당원으로 돌아오면서 당(黨)과 청(靑)이 분리됐다. 노무현정부와 이명박정부에서 영수회담이 각각 2번, 3번으로 크게 준 이유다. 대통령이 평당원이니 '담판의 상징성'이 없었던 것이다.

그 이전과 달리 회담 성과도 좋지 못했다. 2005년 9월, 노 전 대통령이 '대연정'을 제안하며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만났지만 합의문을 도출하지 못했다.

이 전 대통령은 2008년 5월, 미국산 소고기 수입 재협상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두고 손학규 당시 통합민주당 대표와 만났지만 담판은 없었다. 대통령은 야당의 협조만 구하고, 야당은 대통령과 여권의 양보만 끌어내려 했기 때문이다.

◆靑, 5자회담 고집하는 이유는

박근혜 대통령은 정치 현안은 정치권에서 풀어야 한다는 입장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민주당이 영수회담 의제로 제시한 '국정원 개혁' 문제 등 국정원 국정조사를 둘러싼 정쟁(政爭)은 국회 안에서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이 요구하는 '남해박사' 즉, 남재준 국정원장 해임과 박 대통령의 사과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정원 관련 의혹은 밝혀야 한다. 하지만 그 절차는 국회가 논의해서 할 일"이란 입장을 고수하는 이유다.

청와대로선 국정원 문제로 야당과 담판에 나설 경우, 그동안 여당을 청와대가 움직인 '줄인형' 정도로 절하하는 꼴이 된다.

그래서 박 대통령이 내민 주제가 '민생'이다. "민생회담과 관련해서는 언제든지 여야 지도부와 만나서 논의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그래서 국회에서 민생 법안을 처리하려면 원내 수장인 '원내대표'가 필요한 것이다.

◆민주당과 새누리당, 그 속내는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일대일 담판'에도 몇몇 수(手)가 녹아 있다.

국정원 개혁 문제는 주요 국정과제이니 '구경꾼 정치'를 그만두고 전면에 나서라는 것도 앞으로 '정치 문제'에 대해 박 대통령에게 묻겠다는 뜻이 서려 있다.

19대 국회의 새누리당 의원 대부분이 '친박계'다. 또 임기 초반 청와대의 힘이 어느 때보다 등등하기 때문에 담판 대상자는 박 대통령뿐이다. 실권이 없어 보이는 여당과 힘겨루기를 하기보다는 대통령과 담판을 지어 제1야당의 존재감을 보여야 한다는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이다.

특히, 국정원 국정조사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 않은 마당이어서 전략 부재의 '김한길 리더십'에 의문을 표하는 이들도 많다. 역대 영수회담마다 야당 대표에게 힘이 실렸던 만큼 국정 파트너를 '대통령'으로 한다면 상처난 리더십을 회복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당내 결속도 이뤄낼 수 있다.

새누리당이 '3자 회담'을 고집하는 것에는 이런 민주당의 저의가 보이기 때문이다. 제1야당이 청와대와 직접 상대하는 '공중전'을 펼치게 되면 정국 주도권이 자칫 야당에게 넘어갈 수도 있다. 정치 협상의 대상은 여와 야이고 그것이 의회민주주의라고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황우여 대표의 존재감에 대해 말들이 많은 상황이다.

◆만나야 하나, 말아야 하나

'불통'(不通)의 이미지가 컸던 박 대통령이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려면 야당을 만나야 한다는 말을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하고 있다. 여의도와 거리를 뒀던 이명박정부를 타산지석으로 삼으란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가 통 큰 결단을 통해 큰 틀에서 야당에 한 발짝 양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앞으로 국정 운영에서 야권의 지원을 받을 수도 있다는 주장도 있다. 재벌 총수는 만나면서 야당 대표는 왜 못 만나느냐, 국민대통합을 위해선 한번은 만나야 한다는 이야기도 이곳저곳에서 들린다.

하지만, 일각에선 대통령이 쉽게 야당과 만나면 사사건건 '청-야 거래'가 이뤄질 공산이 크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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