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독일과 일본

오늘 새벽 독일 대통령이 프랑스 대통령과 함께 나치의 대학살이 자행된 한 프랑스 마을을 찾았다. 그리고 과거 독일의 잘못에 대해 용서를 빌었다.

요아힘 가우크 독일 대통령이 찾은 곳은 프랑스 중서부 마을 오라두르 쉬르 글란. 나치는 1944년 6월 10일 이 마을 교회에 여성과 아동을 가두고 독가스를 살포하고 불을 질렀다. 이 사건으로 어린이 205명을 포함해 주민 642명이 숨졌다.

이곳에서 가우크 대통령은 나치에 어머니와 누나를 잃은 생존자의 어깨를 감싸 안고 용서를 구했다. 가우크 대통령은 "이 범죄로 피해를 입은 이들의 눈을 쳐다보며 살인자들이 심판받지 않은 데 대한 비통함을 느낄 수 있었다"고 프랑스인들을 위로했다.

동행했던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화답했다. "양국 대통령이 여기에 함께 있다는 사실이 매우 중요하다. 이는 양국 화해의 상징"이라고 평가했다. 가해자였던 독일은 진심으로 참회하는 모습을 보였고 피해자였던 프랑스는 용서했다.

독일 정부의 과거사 청산 의지는 끈질기다. 사흘 전 독일 검찰은 92살의 나치 출신 브루인스를 법정에 세웠다. 나치 친위대원으로 활동한 그는 1944년 9월 네덜란드 레지스탕스 대원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1980년 유대인 2명을 살해한 혐의로 형을 살고 나왔지만 다시 69년 전 범죄로 재판을 받고 있다. "다른 범인이 총을 쏘고 나는 옆에서 지켜만 봤다"는 항변에도 독일 검찰은 "살해에 가담한 혐의만으로도 살인 공모 혐의로 처벌한다"며 단호하다. 독일 검찰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폴란드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서 경비대원으로 근무한 30명에 대한 수사에도 착수했다. "시간이 흐른다고 살인이라는 죄가 사라지지 않는다. 범죄자의 나이가 많다고 그들을 보호할 수는 없다"는 것이 독일 정부 입장이다.

일본이 우리나라에서 저질렀던 만행은 나치가 저질렀던 만행에 비해 결코 가볍지 않다. 독일이 프랑스 마을에서 저질렀던 범죄는 우리나라 제암리 학살사건과 닮은꼴이다. 일제의 역사는 독립운동가에 대한 가혹한 고문 살인과 3'1만세운동 탄압, 731세균부대 운용, 강제 징용, 위안부 동원 등 추악한 역사다. 그럼에도 독일은 죽기 전에 가해자를 잡아 처벌해야 한다고 눈을 부라리고, 일본은 피해자들이 어서 죽기만을 기다린다. 그것이 독일과 일본의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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