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전두환 추징금, 자진 납부하면 끝인가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가 대국민 사과와 함께 미납 추징금 1천672억 원을 자진 납부하기로 했다. 전 씨의 큰아들 재국 씨는 10일 서울중앙지검에 나와 "추징금 환수 문제와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데 사죄드린다. 해결이 늦어진 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히며 납부할 재산 목록을 공개했다. 1997년 대법원 확정 판결 이후 16년 만에 사법적 절차를 마무리 짓겠다고 나선 것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전 전 대통령의 추징금 납부가 늦게나마 이뤄지게 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늦어도 너무 늦었으며 검찰의 강도 높은 압박에 견디지 못하고 마지못해 내린 결정이었음도 부인할 수 없다. 미납 추징금을 내겠다고 해서 전 씨가 전 재산이 29만 원밖에 없다고 국민을 우롱하면서 호화 여행과 골프를 즐긴 일이 묻힐 수는 없다. 법적, 도덕적, 역사적 책임을 저버리고 한 줌의 명예마저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행태였다.

재국 씨가 집안 대표로 나서 발표한 대국민 사과문도 2분간 읽고 나서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는 점에서 진정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납부할 재산 목록에는 셋째 아들 재만 씨의 해외 양조장 등이 빠졌으며 전 씨 일가가 빼돌린 돈으로 증식한 재산이 1조 원에 이른다는 이야기가 나돌 정도이다. 부정 축재한 종잣돈으로 더 많은 재산을 일궜다면 그것 역시 사회에 환원해야 제대로 사과하는 길이 될 것이다.

검찰은 지금까지 추징금 환수가 늦어진 데 대해 태만하거나 방기하진 않았는지 스스로 돌아보아야 한다. 또 추징금 완납과는 별개로 재국 씨의 역외 탈세 의혹 등 드러난 범죄 혐의에 대해 수사를 이어나가야 한다. 검찰이 엄정한 잣대로 남은 수사에 온 힘을 다해야 지연된 정의라도 바로 세워 후대에 경종을 울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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