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상의 변화
일본 방사능 공포 여파가 추석 차례상까지 덮치고 있다. 지난주 서문시장 어물전에 추석 차례상 장보기를 나온 이연이(65'대구 동구 불로동) 씨는 "올해는 일본의 원자력 방사능 때문에 차례상에는 수산물을 올리지 않을 작정"이라며 매년 추석상에 올렸던 돔배기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이 씨는 "차례상이나 제사상에 돔배기를 빠뜨린 적이 없지만, 일본 방사능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커 께름칙하다"며 "조상님도 이해해 주시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건어물 가게들은 여전히 손님들로 북적인다. 대원건어물백화점 전세근(46) 사장은 "보통 추석 장보기는 한 달 전부터 시작되지만, 올해는 여름철 무더위 여파로 인해 지난주부터 손님이 찾아오고 있다"고 한다. 올 추석 건어물 시세는 어떨까? 그는 "우리는 늘 건어물을 취급해 조금씩 가격변동이 있더라도 잘 느낄 수 없는데 1년에 한두 번 장 보러 오는 주부들은 지난해보다 훨씬 가격이 올랐다고 한다"고 했다. 동해산 오징어 한 마리는 3천~3천500원, 황태는 러시아산(대) 10마리 7만원, 명태는 20마리 4만2천원, 제사상에 올리는 여수산 돌피(낙지)는 다리 한 가닥에 2천200원이다. 요즘은 오징어로 조각한 가짜 문어다리(1개 2천500원)도 인기다.
◆추석물가 초비상
추석 물가가 심상찮다. 올해 추석 제사용품의 가격이 지난해보다 40% 정도 올랐다. 가장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품목은 신선 식품이다. 특히 배추는 불볕더위와 장마 등 기상 악화의 여파로 가격이 한 달 새 70% 가까이 급등하는 등 '배추 파동'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과일 가격도 마찬가지다.
서문시장에서 30년 동안 과일 장사를 해 온 김순자(73) 씨는 "올해는 사과 가격이 엄청나게 올랐다"고 한다. "크고 좋은 상품 사과는 1개에 5천원이나 한다"며 "추석을 며칠 앞두고 태풍이 온다는데 그러면 과일 가격은 더욱 인상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추석을 일주일 앞둔 현재 사과 최상품 1상자(15㎏)는 15만원이다. 지난해의 8만~9만원대보다 무려 70~80% 오른 가격이다. 중간 상품도 상자당 8만~9만원 정도다. 배는 1상자(15㎏)에 8만~9만원. 지난해보다 3만원 정도 올랐다. 햇땅콩은 한 되 5천~6천원이다. 상인 김춘도(74) 씨는 "추석이 가까워지면 더 오를 것"이라며 "미리 구입해두는 것도 알뜰한 추석을 지내는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어물전에는 여전히 손님들이 몰리기 시작한다. 어물전마다 주문받은 대구포와 명태포 장만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어물전 3대를 잇고 있는 안동종합수산 김동섭(43) 사장은 "제사상에 필수품인 돔배기와 조기, 문어 등은 미리 사 두는 것이 좋다"고 한다. 조기 상품 1마리는 1만5천원 정도다. 김 사장은 "상품 조기 1상자(90마리 기준)의 경매가격이 불과 몇 주 전에 85만원이었으나 지금은 105만원으로 올랐다"고 설명한다. 생문어도 가격도 폭등하고 있다. 상품으로 꼽히는 동해산 문어는 ㎏당 2만원에서 3만5천원으로 올랐다.
◆마음은 넉넉하게, 장보기는 알뜰하게
추석 장보기는 시기와 장소 등에 따라 다르다. 대형마트는 다양한 종류의 상품을 한 번에 둘러보기 편하고 할인 이벤트가 다양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전통시장은 농수산물과 축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골라볼 수 있어 매력적이다. 가격을 흥정할 수 있다는 재미도 있지만,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한다. 대형마트, 농협 하나로마트 등에서 실시하는 반짝세일의 정보를 알고 구매하는 것도 알뜰 장보기 요령이다. 농협 하나로마트는 추석 물가 안정대책으로 생필품 100여 개 품목을 최대 33%까지 할인 판매한다. 대형마트에서 추석 하루 전날 내놓는 '떨이 상품'을 구매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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