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7일, 주부들이 남편에게 듣고 싶은 말

"당신만 일하게 두지 않을께"

작은 뜰에서부터 시작되는 계절의 교차로에서는 어느덧 추석이 다가와 있다.

추석이 오면 우리는 고향으로 향하는 긴 차량 행렬로 10시간이 넘는 대장정의 길을 인내심으로 기어이 달려간다.

아마도 그곳은 조상 때부터 대대로 태를 묻고 또 내가 어버이로부터 태어나 지금까지 존재하는 나의 근원이 그곳에 있기 때문이리라. 또한 그곳은 유년기에 경험한 애수에 젖은 풋풋한 기억의 조각들이 가족과 고향에만 오롯이 담겨 있어 때론 삶에 지쳐 있다가도 그들을 만나고 올 때는 다시 힘찬 활력소를 얻게 되기를 소망하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어떤 가정은 추석명절 후에는 이런 기대는 온데간데없고 다양한 마음의 전쟁을 치르고 부상병처럼 심신 후유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고향집을 갈 때는 반가운 마음과 가족을 만나는 기쁨을 기대하고 가서는 그 마음과는 다르게 가족 수 만큼 상처주고 받기를 하여 행복한 추석이 아닌 스트레스와 심적 부담이 남는 불편한 명절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어떤 이는 시어머니의 자식들에 대한 차별적인 언행에 상처를 입고, 어떤 이는 돈을 잘 버는 형제의 경제력 자랑에 마음이 상하고, 또 어떤 이는 자녀교육 성공담에 슬며시 밀려나야 하는 상황에 속상해한다. 또 어떤 이는 명절 음식 장만 때 미꾸라지처럼 요리조리 일을 피하며 협조하지 않는 동서들에게 기분 상하고, 또 어떤 이들은 뭐니뭐니해도 배우자가 시댁에서 아내를 남보듯하며 그 수고에 대해 한마디 따뜻한 격려 없이 자기만 먹고 마시고 노는 이기적인 모습에 서운함과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번 추석 때 대가족 모두 행복하려면 자기 안에 있는 미해결된 '내면의 아이'(자기)를 잘 달래주길 권유하며 몇 가지 추석행복 만들기를 제안한다.

먼저, 대가족이 모일 땐, 자기와 가족의 자랑을 내세워 교육이나 직장 얘기를 하여 위화감을 주기보다는 어른스럽고 든든한 '덕담'과 상대에게 맞는 '칭찬의 말'을 준비하는 게 어떨까. 또 명절날 여성들에게 부여되는 음식장만과 가사일은 최대한 부담을 줄여주어 남성들과 아이들도 분담하면 분위기도 즐거워져 힘은 반으로 줄고 기분은 배로 좋아질 것이다. 또 시어른들은 며느리들이 친정나들이를 할 수 있도록 미리 배려하여 돕는 것이 필요하다. 며느리인들 왜 명절 때 부모님 집을 찾고 싶지 않겠는가.

특히, 남편들은 추석 전에 꼭 기억할 것이 있다. 추석 전 시댁에 가기 전에 아내 손을 잡고 등을 토닥이며 이런 따뜻한 말 한마디를 미리 건네는 것이다.

"이번 추석준비에도 당신 또 많이 힘들고 애쓰겠네요. 걱정 말아요. 내가 힘껏 가서 도울 것이고, 당신만 일하게 두지 않을게. 그리고 고향집에 가도 당신을 늘 지켜보고 또 함께 할게."

추석을 앞두고 아내에게 전하는 남편의 따뜻한 한마디는 아내로 하여금 시댁 가족을 만날 때 자신감이 생기게 하고 그들을 더 사랑하고픈 마음이 샘솟아나게 한다는 마음의 이치를 깨닫게 해줄 것이다. 행복한 추석은 그렇게 시작되는 것이다.

김미애(대구복지상담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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