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을 잘 만나야 한다'는 옛말이 있다. 이 말은 사람이든 동물이든 마찬가지다. 주인을 잘 만나면 출세를 해서 호강을 하지만, 주인을 잘 못 만나면 출세는커녕 삶이 고달프다는 뜻일 것이다.
이 말을 팔공산에 비유해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지금 팔공산(1,193m)은 주인을 잘 못 만나 그 가치를 인정 못 받고 있는 반면, 무등산(1,187m)은 주인을 잘 만나 국립공원이라는 융숭한 대접(?)을 받고 있다.
각각 영'호남을 대표하는 명산이 올해부터 처지가 달라진 것이다. 팔공산은 도립공원으로 그대로인데, 무등산은 올 3월부터 도립공원에서 국립공원으로 신분이 격상됐기 때문이다. 주인을 잘 만나 승진을 한 셈이다.
도립공원에서 국립공원으로 승격되면 명성과 위상이 확 달라진다. 지역 인지도가 향상됨으로써 관광객이 늘어나 지역경제 활성화가 이뤄질 수 있다. 도립공원은 관리비용을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나, 국립공원은 국가(환경부)가 부담함으로써 지자체의 예산이 절감되고, 주민지원 사업을 통해 소득 증대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공원관리전문기관인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상시적인 모니터링으로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생태계를 관리함으로써 훼손된 자연을 복원할 수 있다. 이 밖에 각종 안내표지판과 편의시설 설치를 통해 탐방객들에게 향상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런 이점 때문에 국립공원으로 승격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이다. 무등산이 왜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 위해 그토록 애를 썼는지 늘어난 인원과 예산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무등산이 도립공원일 때에는 직원 50여 명(비정규직 포함)에 1년 예산이 23억원 정도였지만, 국립공원으로 승격되자 정규직원만 48명, 무기계약직은 78명이나 채용되었다. 연간 사업비 128억원에 예산은 140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현재 도립공원인 팔공산은 직원이 43명(대구 30명, 경북 13명)으로 1년 예산이 고작 51억원(대구 30억원, 경북 21억원)밖에 되지 않는다. 그것도 대구'경북이 각각 나눠 관리하기 때문에 일관성도 없다. 만일 팔공산이 국립공원으로 승격되면, 무등산보다 더 많은 인원과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무등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까지 광주'전남 시도민들의 노력은 눈물겹다고 할 수 있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에는 면적이 30㎢밖에 되지 않아 주변지역을 편입함으로써 국립공원으로 지정될 때는 면적이 75㎢로 2.5배가 확대되었다. 사유비 비율이 75%나 되고, 편입지역도 96%가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토지소유자들의 반대가 극심했으나, 이를 극복하고 결국 이뤄냈다.
이에 비해 팔공산은 면적이 126㎢(대구 35㎢, 경북 91㎢)로 무등산보다 1.7배나 더 넓어 주변지역을 편입할 필요도 없다. 사유지 비율은 무등산과 비슷한 78%로 무등산과 마찬가지로 토지소유자들의 반발이 우려된다. 탐방객의 수는 연간 무등산이 800여만 명이나, 팔공산은 1천900여만 명으로 2.4배나 더 많은 편이다.
이처럼 팔공산은 무등산에 비해 국립공원으로 승격될 여건도 잘 갖추어져 있고, 활용 가치도 훨씬 클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이런데도 불구하고, 무등산은 국립공원으로 승격되었으나, 팔공산은 아직 도립공원으로 머물러 있다.
팔공산은 말이 없으나, 주인을 잘 못 만났다고 얼마나 원망하겠는가. 이런 원망을 하루라도 빨리 듣지 않기 위해서라도 팔공산을 국립공원으로 승격시켜야 한다. 지금 팔공산을 국립공원으로 승격하려는 시민단체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올봄에 100여 개 시민단체가 참여한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 범 시'도민 추진위원회가 결의대회를 하고,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 100만인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팔공산의 국립공원 승격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우리는 팔공산에 더 많은 죄(?)를 짓는 셈이 된다. 100만인 서명운동이라도 참여해 조금이라도 팔공산의 마음을 달래주자.
박노봉/팔공산 국립공원승격 범시도민추진위원회 홍보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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