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국회에서 열렸던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의 3자 회담이 꼬였던 정국을 더 꼬이게 만들었다는 평가다. 정치권은 해빙을 기대했지만 찬물을 더 끼얹은 결과를 초래해 추석 이후에도 경색 정국은 장기화하면서 정기국회와 국정감사마저 파행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전망을 하고 있다.
청와대는 "더 이상 내 줄 것이 없다"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더 받을 것도 없고 장외 투쟁으로 계속 갈 수밖에 없다"며 사실상 '전면 투쟁'을 선언한 모양새이다.
이러한 기류는 3자 회담 직후 감지됐다. 회담이 끝나고 국회 사랑재를 나선 박 대통령은 입가에 엷은 미소를 머금었지만 뭔가 무거워보였고, 민주당 김한길 대표의 표정에서는 화난 모습이 역력했다. 김 대표는 "정답이 하나도 없었다"는 말로 3자 회담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한 정치권 인사는 "90분 만남 동안 두 사람이 서로 자기 할 말만 하고 나온 듯하다"며 혀를 찼다.
청와대는 3자 회담 이후 공식적인 입장 표명은 하지 않았지만 "박 대통령으로선 할 만큼 했다"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었다. 한 청와대 참모는 "강도 높은 국정원 개혁에다 수사결과에 따라 채동욱 검찰총장에 대한 문제 해결 약속까지 했는데 뭘 더 내놓으라는 건지 모르겠다"며 "정국 정상화는 당분간은 어렵지 않겠나"라고 했다.
새누리당도 민주당을 겨냥하면서 청와대를 거들었다. 유일호 당 대변인은 16일 "회담을 망쳐버린 민주당은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며 "장외투쟁의 빌미로 회담을 이용한 것이라면 국민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여권 인사는 "민주당을 원내로 모셔오기 위해 억지로 타협을 할 수는 없지 않으냐"고도 했다.
반면 민주당은 전면 투쟁으로 투쟁 강도를 더 높일 기세다. 김한길 대표는 3자 회담 직후 국회에서 가진 의원총회에서 "민주주의의 밤이 더 깊어질 것 같다"며 '천막'으로 돌아가겠다는 선언을 했다. 그는 또 "대통령의 결단이 없다면 우리가 이제 그것을 쟁취해내야 한다"면서 투쟁 수위를 높일 것임을 밝혔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민주주의 회복이나 정국 정상화는 기대 난망이다.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암흑의 터널로 들어섰고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고 말했다.
한편 새누리당은 3자 회담 직후 민주당에 원내 복귀를 요구했다. 민주당이 의사일정을 거부할 경우 단독으로라도 정기국회 파행을 막겠다고 으름장을 제시하고 있다. 그렇지만 민주당은 정기국회를 보이콧하겠다는 방안을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여야 대치는 당분간 길어질 전망이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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