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스님들의 기도 장소로만 이용되던 경남 합천군 해인사 마애불입상이 1천200년 만에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됐다. 이 불상은 가야산 해발 1천m 지점의 자연 바위에 높이 7.5m, 너비 3.1m 크기의 돋을새김으로 새겨져 해인사와 대장경을 굽어 살펴보는 형상을 하고 있다. 보물 제222호로 지정된 이 불상은 천년의 세월을 증명이라도 하듯 전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으로 취재진을 안내한 종고 스님은 "미소를 머금은 듯, 풍만한 얼굴에 큰귀와 두꺼운 입술은 우리나라의 여느 마애불 입상보다 뚜렷한 모습을 갖고 있다"며 "9세기 무렵 통일신라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애초 마애불 탐방로 정비 불허로 일반 공개를 조심스러워했지만 해인사와 협의를 거쳐 '2013 대장경세계문화축전' 기간인 27일부터 45일간만 공개를 허락했다. 이를 위해 해인사는 마애불 주위에 안전요원을 배치하고, 스님들이 직접 나서 관람객들에게 설명하기로 했다.
마애불입상이 공개됨에 따라 그동안 일반인들이 다닐 수 없었던 해인사 장경판전에서 마애불입상까지 2.7km 구간에 이르는 스님들의 '묵언 수행길'도 함께 개방된다. 이번에 공개되는 기도길은 가야산의 수려한 단풍과 비경을 감상할 수 있는 코스로 기도길을 따라 마애불입상까지 가는데 약 1시간이 걸린다.
해인사 주지 선해스님은 "기도길을 따라 올라가면서 모든 근심 걱정을 마애불 스님에게 다 내려 놓고 좋은 생각만 머릿 속에 담은 채 가시라는 뜻에서 개방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상남도, 합천군, 해인사가 공동 주최하는 2013 대장경축전은 '미래를 여는 화합, 세계로 가는 만남' 이라는 주제로 27일부터 11월 10일까지 경남 합천군 해인사와 가야면 대장경 기록문화테마파크 등에서 열린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사진=경남 합천 해인사 마애불입상(보물 제222호)이 1천200년 만에 일반에 첫 공개됐다. 25일 오후 가야산 해발 1천100m 지점에서 종고 스님이 9세기 통일신라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마애불입상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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