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맛 향토음식의 산업화] 전남 담양떡갈비

"떡갈비요? 손님들이 그냥 불러 이름 되야 부렀지"

대나무의 고장인 전남 담양은 죽순이 특산물이다. 예부터 팔진미의 하나로 손꼽히는 죽순요리와 가장 궁합이 맞는 음식으로 갈비구이를 든다. 그래서 담양의 향토음식이 떡갈비가 된 듯하다. 88고속도로를 달리다가 담양IC에서 나와 300m쯤 가다 보면 도로변 왼쪽에 있는 담양떡갈비의 대표주자인 덕인관(德仁館'담양읍 죽항대로 1121)을 만난다. 남도음식대축제에서 대상을 받은 바 있는 이 집은 맛도 맛이지만 널따란 주차장에다 식당 입구에 꾸며둔 석부작 분재부터 손님들의 눈길을 금방 사로잡는다.

◆50년 전통 수제품 담양떡갈비는 '정성 음식'

덕인관 식당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고집스레 전통음식을 지키고 있는 이 집의 2대째 대표 박규완(55) 씨를 만나게 된다. "어서 들어오시오잉. 잠깐만 기다리시면 맛있는 떡갈비를 금방 차려 올릴께요."

그는 매일같이 직접 소갈비를 손질하느라 여념이 없다.

"떡갈비요? 손님들이 그렇게 이름 지어 줘서 그냥 떡갈비가 되야 부렀지요."

왜 떡갈비냐는 질문에 대한 박 씨의 대답은 간단하다. 원래 담양떡갈비는 '가리구이'라고 불렸단다. 음식 유형이 갈비구이였는데, 1980년대 들어서면서 손님들이 하나둘씩 그렇게 부르기 시작하면서 그만 떡갈비가 되었단다. 기다랗게 포를 떠서 만드는 일반 소갈비와 달리 칼집을 내 만든 모양이 둥그런 떡처럼 보여 떡갈비라고 부른 것 같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같은 소갈비를 재료로 했어도 '너비아니'와도 다르고, 꼬치음식인 산적과도 분명 차별되지요."

담양떡갈비는 담양 한우고기의 우수성이 널리 알려지면서 특산인 죽순과 함께 담양만의 전통음식이 됐다고 설명한다. "전국 3대 우시장에 들어가요. 담양우시장이. 그래서 전국에서 육질 좋은 소는 다 이리로 모입니다."

특히 담양은 공기와 물이 깨끗해 담양한우 한 마리당 정육비율이 평균 60%에 이른다고 한다. 이는 전국 평균치 50~55%와 비교하면 높은 수준으로 한우 유통업계가 다 인정하고 있다는 것. 그래서 담양 소가 유명해지면서 독특하게 만들어지는 담양떡갈비도 덩달아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이라고 한다.

"손맛을 내야 하는 전통음식은 양념 양을 계량할 수 없잖아요. 갈비의 육질에 따라 넣는 양이 조금씩 달라지니까요."

눈대중으로 간을 하는 전통음식이기에 직접 손맛을 내는 수밖에 없단다. 그의 떡갈비 이력은 30년이나 된다.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의 일손을 도우면서 자랐기에 그렇다. 그의 어머니 장막래(81) 할머니가 1963년에 덕인식당이라는 간판으로 개업했으니 올해로 만 50년째이다. 장 할머니는 음식디미방으로 유명한 정부인 안동 장씨의 집안 출신. 전통음식의 원형을 지켜 보자는 생각에서 박 씨는 시간 날 때마다 자신의 어머니가 손대중과 눈대중으로 하는 떡갈비 손질 과정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적어 두었다, 이게 오늘날 산업화된 담양떡갈비의 기본 레시피가 됐다.

◆세계인 입맛 겨냥하는 담양떡갈비의 세계화

담양떡갈비를 만드는 과정은 갈비 재료 구입부터 다르다. 1등급 이상의 암소갈비만 쓴다. 한 짝씩 통째로 사 와서 기름을 도려 내고 4㎝ 길이로 갈비뼈를 자른 다음 뼈 끝쪽으로 고기를 벗겨 모은 뒤 꼼꼼한 칼집 넣기 작업으로 시작된다. 옛날에는 손도끼나 작두로 갈비를 잘랐지만 요즘은 육절기를 쓴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처럼 고기를 다지거나 분쇄하지 않는다. 칼끝으로 긁어 뼈 양쪽 끝에다 밀어붙이고선 채를 썰듯 칼집을 넣게 되면 고기가 마치 꽃처럼 퍼지면서 육즙이 나와 차지게 되고 육질 또한 부드러워진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고기 부스러기인 칼밥이 생기는데 이는 다시 양념장과 버무려서 갈비뼈에 붙여 떡처럼 네모지게 모양을 내는 데 쓴다. 굳이 1등급 소갈비만 쓰는 이유는 칼집 넣는 작업만으로 차진 떡갈비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질긴 고기는 다지거나 분쇄를 해야만 떡갈비를 만들 수 있어요. 고기가 팍팍하니 찰기가 없어서 녹말가루나 밀가루를 넣는 것이지요."

칼집 작업이 끝나면 배즙과 사과즙, 정종(맛술), 양파, 마늘, 생강을 갈아서 넣고 오랫동안 숙성시킨 진간장으로 간을 맞춘 양념장에다 갈비를 하루 동안 푹 재워 둔다. 만 하루가 지난 후 건져 낸 갈비에 파를 송송 썰어서 넣고 다시 버무린 후 분말 양념인 후추와 설탕, 깨 등을 추가해 다시 버무려서 찰기가 나오면 마지막으로 참기름을 넣고

사각의 떡 모양으로 만든다.

"가마솥으로 밥을 지을 때는 항상 부엌에 장작 숯불이 있었지요. 그래서 뭐든 쉽게 구워 낼 수가 있었어요."

예전엔 화로를 이용해 구워 냈는데 요즘은 미리 참나무 숯이나 대나무 숯으로 구워내고 손님상에는 가스불에 구이판을 얹어 떡갈비를 식지 않도록 데워 주는 방식으로 바꾸었다고 설명한다.

밀폐용기와 아이스팩, 스티로폼 박스로 전국에 택배를 이용해 구운 떡갈비를 포장 판매도 한다. 택배 주문이 많아지면서 식당 주방 외에 작업장을 별도로 마련했다. 하루 평균 200~300인분의 떡갈비를 생산하고 있는데 주말의 경우 주문이 많을 때는 밤샘 작업으로 하루 800~1천500인분도 생산한다고. 많이 주문하는 곳은 서울경기지역, 그다음이 대구, 부산 등 대도시 지역이라고 한다. 같은 호남지역 사람들은 비싸다고 느끼는지 그리 주문이 없단다.

"아무래도 갈빗집서 150g에 5만4천원 하는 서울에선 담양떡갈비가 상대적으로 훨씬 싸니 수도권 사람들이 많이들 주문하는 것 같아요."

약 40명의 종업원과 함께 담양떡갈비 생산을 하고 있는 덕인관 신용호(45) 이사는 산지와 대도시의 한우갈비 가격차만으로도 경쟁력이 높다고 설명한다. 추석 등 명절에는 대바구니로 포장한 선물용도 많이 나간다. 수산물 방사능 괴담이 돈 올해는 주문이 밀리면서 연일 밤샘작업으로 날을 새웠단다.

적극적인 덕인관의 마케팅은 담양떡갈비 산업화의 견인차 역할을 한다. 덕인관 한 집의 연간 매출만 해도 약 40억원 정도. 연간 국산한우 갈비를 무려 18억원어치를 구입하고 담양산 농산물을 10억원어치나 써 지역경제에 이바지하는 기여도도 적지 않다. 전체 고객 중 절반이 20, 30대층으로 형성돼 소포장 개발도 궁리 중이다. 국내시장은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박 씨는 의외로 외국인들이 우리 전통음식에 환호하는 한류 바람을 겨냥, 일본과 미국, 캐나다, 필리핀 등 해외 수출길도 모색 중이다. 이를 위해 세계인들의 입맛에 맞춘 담양떡갈비를 개발, 내년부터 향토음식의 세계화도 적극 추진해 볼 계획이다.

◆입맛 공략 삼각편대, 떡갈비-죽순회-대통밥

한 번 먹어 보면 왜 담양떡갈비인지 알게 된다. 숯불로 구워 뜨끈뜨끈할 때 손님상에 내는 담양떡갈비의 맛은 양념갈비라고 해야 할까. 먼저 고소한 갈비구이 냄새가 상 위를 가득 덮는다. 코가 먼저 맛보는 셈이다. 젓가락으로 집어들고 입 안에 넣는 순간 양념장이 듬뿍 밴 떡갈비의 감칠맛 깊이가 느껴진다. 기가 막히다. 갈비뼈 양쪽에 붙은 갈빗살을 베 물고 뜯어야만 쫄깃하고 고소한 갈비 맛을 제대로 알 수가 있다. 양념장의 향이 강하지 않아 생갈비 특유의 풍미가 그대로 살아 있다. 부드럽게 씹히는 풍만한 식감은 식탐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1인분인 갈비 3대는 금세 입안으로 사라진다. 얄팍하고 좁다란 갈비뼈는 담양떡갈비가 암소갈비임을 증명해 보인다. 갈비의 질감을 살려 내면서도 고기가 질기지 않다. 함께 차려진 따뜻한 대통밥의 한지 뚜껑을 벗겨 내니 밥 내음이 식욕을 불끈 자극한다. 큼지막하게 썰어 초고추장에 버무린 생죽순 무침회의 아삭함과 떡갈비의 쫄깃함은 가히 환상적인 궁합이다. 떡갈비와 대통밥, 죽순무침회가 미각을 공략하는 삼각편대다. 주저하지 않고 1만5천원 하는 대통술 한 병을 그냥 시키게 된다.

"죽순회는 채식이고 떡갈비는 육식인데도 전혀 이질감이 없지요. 두 가지를 다 한입에 넣고 씹어 봐요. 아삭함과 감칠맛이 어우러져 괜찮으실 겁니다."

담양떡갈비 스토리텔러이기도 한 덕인관 김영주(42'여) 실장은 흑산도 홍어도 3합이 있지만 담양 떡갈비도 죽순회, 대통밥과 함께 삼합(三合)이라고 자랑한다. 갯나물(까시래기) 무초무침, 두부전, 양파장아찌, 야채 샐러드, 부추나물, 오징어젓갈, 멸치조림, 도토리묵 등 떡갈비와 함께 내는 밑반찬도 모두 제철 국내산이라고. 담양떡갈비의 1인분 가격은 2만7천원, 죽순회는 2만5천원이다. 대통밥은 죽순추어탕과 함께 1만2천원이다. 떡갈비 이외의 메뉴는 갈빗살 불고기가 370g에 5만2천원으로 따로 주문할 수 있다.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 전통음식점으로 공식지정되면서 덕인관 떡갈비는 일약 '월드 엑스포 푸드'가 됐으며,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원산지 우수음식점으로 지정했다.

권동순기자 pinoky@msnet.co.kr 사진작가 차종학 cym478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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