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아들'딸을 둔 이권미(36) 씨. 그는 가수가 꿈이다. 아니 지금도 그는 가수다. (사)대한가수협회 회원으로 명함에도 가수 '권미'라는 예명을 쓰고 다닌다. 그는 자신의 노래를 부르고 싶다. 그래서 11월을 몹시 기다리고 있다. 그때가 되면 그토록 기다리던 음반이 나오기 때문이다. 앨범에 수록된 곡은 세미 트로트 3곡. 10여 곡이 담긴 정규앨범이 아니라 미니 앨범이다.
권미 씨는 어릴 적부터 노래를 잘했다. 대전KBS 어린이합창단으로 활동할 만큼 노래를 잘 불렀다.
"네 살 때였던가요. 분식집 아줌마가 노래 부르면 튀김을 주겠다고 해서 남진의 '님과 함께'를 불러 튀김을 얻어먹은 적이 있을 정도로 끼가 있었어요." 이런 재능과 끼는 중'고교를 거쳐 대학까지 이어졌다. 대학에서 성악(소프라노)을 전공했다. 잘 나갔다. 오페라에도 여러 편 출연했다.
그러던 중 한 남자(지금 남편)와 사랑에 빠졌다. 사랑은 달콤했다. 졸업 후 유학 가려던 계획까지 접었다. 그만큼 그가 좋았다. 졸업하자마자 결혼했다.
노래하고 싶었다. 그러나 시집에서 반대했다. "학자 집안이라 '딴따라'라며 노래하는 것을 반대하셨어요. 그래서 그만뒀어요. 그땐 포기하게 되더라고요. 사랑이 있었으니까요."
피아노 레슨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노래를 하고 싶었다. "노래를 하고 싶었고 무대가 그리웠어요." 가요제에 나갔다. 시부모, 남편 몰래 나갔다. 2007년 대덕가요제를 비롯해 옻골가요제, 케이블방송가요제, 영남가요제, 컬러풀가요제 등 출전하는 대회마다 1등을 차지했다. 상금은 물론 돌침대,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을 휩쓸었다. 재능을 인정받자 남편이 먼저 동의했다. 시부모님의 허락도 받았다. "상품으로 받은 돌침대를 시부모님께 드렸거든요."
노래하는 것이 즐겁고 무대에 서는 것이 행복했다. 복지시설이나 경로당 등에 재능기부(노래)도 했다. "환호와 박수 소리가 너무 좋았어요. 카타르시스를 느낀다고나 할까요. 어쨌든 즐겁고 행복했어요. 칭찬엔 고래도 춤춘다고 하잖아요."
이름이 알려지자 행사 출연 요청이 쇄도했다. 대구컬러풀페스티벌 등 대구경북의 굵직한 행사에 초청가수로 출연했다. 더욱 신이 났다. 결혼한 주부만 출전할 수 있는 tvN 슈퍼디바 2012에 출전했다. 노래를 사랑하는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주부를 멋진 디바로 변신시켜 주는 프로젝트다.
1'2차 지역 예선을 가볍게 통과했다. 본선을 위해 서울에 갔다. 3차에서는 무반주로 김건모의 '서울의 달'을 불렀다. 심사위원 가운데 인순이가 '불합격'이라고 했지만 나머지 2명이 합격을 선언해 32강에 올랐다.
이번에는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불렀다. 이번에도 인순이가 발목을 잡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감정으로 가야 하는데 노래가 정리 안 된 느낌을 받았다"고 평했다. 그러나 JK김동욱은 "덤덤하게 표현하는 '서른 즈음에' 만족스러웠다"고 했으며, 호란 역시 "감성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권미 씨는 16강에 들지 못했다.
우울증이 왔다. 16강에 진출한 동료가 TV에서 노래할 때마다 울컥하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그 자리에 내가 있어야 하는데…."
노래를 하지 않으니 몸이 아팠다. 안 되겠다 싶어 작년 11월 주부밴드 '레드폭스'에 들어가 노래를 불렀다. 노래를 부르니 생기가 돌았다. 옛날의 권미로 돌아온 것이다. 권미 씨는 노래하는 것에 대해 운명 같다고 했다. 음악 외에는 다른 것은 해본 적도 없고 즐겁지도 않다고 했다. "노래하고 있으면 '살아 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모든 장르를 아우른다. 성악가답게 클래식를 비롯해 가요, 팝송, 재즈 등 모든 장르를 소화해낸다. 권미 씨는 요즘 현대HCN금호방송에 '동네야놀자' 프로그램에 초대가수 겸 심사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권미 씨는 보기엔 깍쟁이 같지만 얘기하다 보면 털털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붙임성도 있고 성격이 시원시원하다. 그러나 가족 이야기만 나오면 신중해진다. 아내, 엄마, 며느리 등 세 가지 역할 모두 잘할 자신이 있다고 했다.
"엄마, 아내, 며느리 역할을 하면서 하고 싶은 노래 열심히 부를래요. 아이들이 그만두라면 그만둘 거예요. 그러나 아이들은 엄마가 자랑스럽대요. 남편 역시 '너 하고 싶은 것 하라'고 했어요. '너의 꿈은 가수잖아' 하면서요."
그는 노래 외에도 재능이 많다. 피아노와 기타를 칠 줄 알고 바이올린도 연주할 줄 안다. 결혼식이나 시설 등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언제든지 달려간다. "제 노래 들으면서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저 역시 즐겁습니다."
권미 씨는 전문 가수가 되고 싶다. 그래서 몸 관리도 열심히 하고, 요즘에는 댄스도 배우고 있다. 성대보호를 위해 술이나 커피, 탄산음료 등도 거의 마시지 않는다. "노래는 저의 인생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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