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가을의 전설

야구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한다. 칼럼에 웬 야구냐 하겠지만 스포츠도 넓게 봐서 문화라고 널리 양해해 주시길…. 1990년대 중반 이후 박찬호 선수의 미국 진출과 함께 국내 야구팬들에게도 메이저리그를 보는 것이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게 되었다. 메이저리그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된 것이 한국 야구를 성장시키는 데도 한몫했으리라. 90년대부터 한 세기를 넘어오며 메이저리그를 호령하던 스타들의 이름이 하나씩 떠오른다. 그래그 매덕스, 랜디 존슨, 페드로 마르티네스 등. 오늘은 올 시즌을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질 또 한 명의 전설에 대한 이야기다.

'양키스의 수호신인 마리아노 리베라', 1969년생이니 우리 나이로는 올해 45세다. 동갑인 양신 양준혁 선수가 은퇴한 것이 이미 3년 전 일인데 리베라는 여전히 전성기와 다름없이 타자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며 배트를 부러뜨린다. 그의 마구는 도대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통산 포스트시즌 세이브 1위, 방어율 1위, 통산 세이브 1위 등 수많은 기록을 가진 가을 사나이 리베라, 그러나 그런 그도 신이 아니기에 몇 번의 위기를 극복하며 대선수, 전설의 반열의 올랐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김병현 선수가 4, 5차전 연속 홈런을 맞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 2001년 양키스와 애리조나의 월드시리즈. 그러나 정작 그 시리즈의 패자는 양키스와 리베라였다. 수호신 리베라는 애리조나의 타자들은 물론 투수인 랜디 존슨에게까지 안타를 맞고 우승을 내주고 말았다. 더 큰 아픔은 2004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밤비노의 저주에 묶여 있던 빨간 양말(보스턴 레드삭스)들은 3패 뒤 4연승이라는 기적 같은 역전승을 거두고 월드시리즈까지 거머쥐며 86년의 한을 풀었다. 이때도 6, 7차전 마운드 위에서 두들겨 맞은 투수는 리베라였다.

더더욱 큰 충격은 이듬해 시즌 개막 초 다시 맞붙은 보스턴전에서 찾아왔다. 승리를 지키기 위해 마운드에 오른 리베라는 무려 한 회에만 6점을 내주는 극히 드문 광경을 연출했다. 경기를 중계하던 해설자마저도 '이렇게 리베라도 무너지는 건가요?'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그도 이 무렵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즌 초반의 부진을 극복하고 1.38이라는 거짓말 같은 방어율을 기록하며 시즌을 마무리했고, 그 후로도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양키스의 수호신으로 군림했다.

철저한 자기관리와 패배를 훌훌 터는 강인한 정신력으로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위대한 마무리 투수로 남은 리베라. 이번 주부터는 한반도 땅에도 가을 야구가 시작된다. 올가을에는 또 어떤 선수가 가을의 전설로 팬들의 기억 에 남을지 기대되는 10월이다.

최 영(수성아트피아 공연기획팀장) furyo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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