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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재의 은퇴일기] 인생의 축제,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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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이런 제안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알고 지내던 60대 후반 할머니들이 해외에 배낭여행을 떠나는데 동행해 줄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지요. 간단히 말하면 꽃보다 할배에서 이서진의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순간 당황했지만 중년들의 해외여행 붐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친구끼리 혹은 마음 맞은 동호인끼리 모이기만 하면 어디로 떠날까를 의논하는 일들이 많아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들이 말하는 여행은 여느 여행과 사뭇 달랐습니다. 자식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거나 친구들과 모여 사진 찍고 급하게 다음 목적지로 이동하는 방식이 아니었지요. 배낭을 메고 여행지를 다니며 현지인과 섞여 그곳의 문화와 삶을 체험해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뒤늦은 자각이라고 해도 좋겠지요. 외국에 나가서조차 영어 한마디 못해보고 햇볕 좋은 노천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실 여유가 없는 그런 여행은 사양하겠다는 선언이기도 했습니다. 아마도 '꽃보다 할배'가 자극제가 되었을 듯합니다.

그 영향이었을까요. 대만 편이 나가면서 대만여행 수요가 급증했다고 합니다. 특히 70대 이상의 노년층 예약자가 300% 이상 증가했다고 하니 그들의 해외여행에 대한 갈망을 느끼기에 충분하지요.

젊은 날 혼자 떠나는 여행은 자유롭고 멋있습니다. 또 가족과 함께 하는 여행도 즐겁지만 이제 적당히 나이 들어 넉넉해지고 편안해진 친구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은 그 깊이와 맛이 다를 것입니다. 농익은 맛이라고 할까요.

그들은 꽃뿐 아니라 나뭇잎의 아름다움까지 볼 수 있는 마음과 눈을 가졌습니다. 친구의 귀함을 알고 내 앞에 남겨진 세월이 그리 길지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지요. 그래서 더 늦기 전에 넓은 세상을 향해 새로운 모험과 도전을 해보고 싶은지도 모릅니다.

노년에 친구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은 남은 날들을 위한 선물일 것입니다. 조금은 낡아 버린 인생을 위한 파티이며 축제이기도 하겠지요. 비록 얼굴은 탄력을 잃고 다리의 힘은 예전만 못하지만 그 축제를 향한 가슴은 어떤 젊은이보다 더 설레고 더 벅차오를 듯합니다.

인생이 뭐 그리 대단한 것도, 그렇게 아등바등할 것도 아님을 이미 알아버린 할배 할매들이 낯선 여행 속으로 한바탕 풍덩 뛰어들 기세입니다. 그들의 도전에 박수를 보냅니다.

김순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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