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항 롯데백화점, 세일도 '공룡 횡포'

상인 "갑 횡포 상권 붕괴"

포항롯데백화점이 아웃도어 매출 확대를 위해 한 달이 멀다 하고 진행하고 있는 대규모 할인행사가 지역 중앙상가 아웃도어 거리를 불황의 늪에 빠트리고 있다.

백화점 내 입점 업주들은 대규모 행사 전단지를 뿌리고, 행사제품 검수를 위해 엄청난 노동력을 투입하고 있지만 할인행사 폭이 커 백화점 수수료를 제하면 남는 게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중앙상가 상인들도 "백화점 할인 행사를 따라가려니 마진이 나지 않고, 가만히 있으려니 개점휴업 상태에 빠지게 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포항롯데백화점은 올해 초 아웃도어 판매에 주력할 방침을 세우고, 3월 중순부터 봄맞이 아웃도어 특별 판매전을 열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을 40% 이상 올렸다. 블랙야크, K2, 네파, 노스페이스 등 유명 브랜드에 큰 폭의 할인율을 적용하자, 중앙상가 아웃도어 거리의 매출은 30%나 곤두박질치며 상인들을 불황에 몰아넣었다.

롯데백화점은 4월에는 두 차례에 걸쳐 '아웃도어 라이벌 대전'과 브랜드 제품 행사를 열었고, 5월에는 아웃도어 박람회, 7월에는 1주일간 '여름특집 아웃도어 특가전'을 연 데 이어 1층 광장에 한 달 넘게 아웃도어 여름캠핑 용품 특설매장을 열어 사은행사를 진행했다. 또 8월에는 16개 브랜드가 참여해 200여 개의 판매장을 준비한 '2013년 가장 HOT(핫)한 아웃도어 박람회'를 열어 60% 할인율로 추석 선물을 준비하려는 고객을 붙잡았으며, 같은 달 30일에는 백화점 한 층을 아예 아웃도어 전문 매장으로 전면 개편하고 제품 판매에 더욱 불을 붙였다. 9월에는 가을등산객을 잡기 위해 5일과 29일 두 차례에 걸쳐 아웃도어 특별전을 열었으며, 이달에도 2일부터 20일까지 19일간 가을 챌린지 세일을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백화점이 매달 1, 2차례 아웃도어 관련 행사를 열자, 중앙상가 아웃도어 매장들도 질세라 할인행사를 펼쳤지만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마이너스 수익에 영업부담만 늘어날 뿐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포항롯데백화점 측은 "아웃도어 시장이 확대되면서 (아웃도어는)백화점 매출의 매우 중요한 부분이 됐다. 관련 제품 판매에 주력한 결과 어려운 경기에도 흑자를 내는 우량 백화점이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백화점 안팎에서는 "갑의 위치를 이용한 우월적 영업행위"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중앙상가 한 아웃도어 업주는 "백화점은 본사 직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30% 할인율을 적용해도 원가 대비 절반가량이 남지만, 중앙상가 등 일반매장은 본사에서 물건을 직접 구매한 뒤 판매 마진을 남기기 때문에 20% 할인율만 적용해도 이익을 남기기 어려운 구조"라며 "여기에다 아웃도어 본사 측도 재고물품을 대거 처리하기 위해 백화점의 할인행사를 부추기면서 지역상권 붕괴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항롯데백화점 한 입점 업주는 "할인행사로 많이 팔아도, 행사 준비하고 백화점 수수료 내고 나면 크게 남는 게 없다. 입점 업주와 상인들이 죽어나면 결국 지역상권이 무너지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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