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번 자랑 말고, 쓴 자랑 하랬다' '돈은 모으기보다 쓰기가 더 어렵다'는 속담이 있다. 돈을 모으기도 어렵지만, 어렵게 모은 돈을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액수만큼, 필요한 곳에 잘 쓰는 일이 더욱 어렵다는 것을 잘 지적하고 있다.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쓴다'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먹는다'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산다'는 속담에서, 정승은 임금님 바로 아래 최고의 벼슬로서 모든 사람들의 우러름의 대상이다.
정승같이 먹고, 쓰고, 산다는 것은 어떤 모습일까? 첫째, 인색(구두쇠)형 소비를 경계한다. 이는 정승다운 소비라 할 수 없다.
'아끼는 것이 찌(똥의 사투리)로 간다' '아끼다가 똥 된다'는 속담이 있다. 이들 속담은 돈이든, 물건이든, 재주든 다 쓸 때가 있는데, 아끼기만 하고 사용하지 않으면 녹이 쓸고, 곰팡이가 생기고, 두뇌회전이 잘 되지 않아 유용성을 잃게 됨을 지적한 것이다. 나에게 필요성이 덜한 것은 필요한 이웃들에게 나누어주면, 나중에 그것이 다시 되돌아온다. 그렇지만 아끼기만 하고 붙들고 있으면 쓸모없는 물건, 필요성이 적은 돈이 되어 결국 아무 곳에도 쓸모없는 '똥'이 되고 '찌'가 되는 것이다. 너무 아끼고 움켜쥐고 숨겨두기만 하다가 쓸 시기를 놓쳐서 애통해하지 말고 필요한 소비는 자신, 사회, 국가를 위해서도 중요함을 지적한 것이다. 나눔 경제의 생산성을 역설적으로 강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둘째, 소탐대실(小貪大失)형 소비를 경계한다. 이것 역시 정승다운 소비라고 할 수 없다. '기와 한 장 아끼다가 대들보 썩힌다' '새 잡아 잔치할 것을 소 잡아 잔치한다' '좁쌀만큼 아끼다가 담돌(담장돌)만큼 손해 본다' '한 푼 아끼다가 백 냥 잃는다' '닭 잡아 겪을 나그네 소 잡아 겪는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 '제방 둑도 개미구멍으로 무너진다' '한라산이 금덩이라도, 쓸 놈이 없으면 못쓴다' '언제 쓰자는 하눌타리(박처럼 생긴 넝쿨 진 것)냐?' '용천검(龍泉劍'중국의 보검)도 쓸 줄 알아야 한다'는 속담들이 있다. 이들은 작은 것을 아끼다가 큰 것을 잃어버리는 소비를 질책한, 소비 시기의 중요성과 소비 규모를 강조한 것이다.
셋째, 경제순환 무시형 소비를 경계한다. 이 역시 정승다운 소비라고 할 수 없다. '술'담배 참아 소 샀더니 호랑이가 물고 갔다' '중의 망건 값 안 모인다' '절약만 하고 쓸 줄 모르면 친척도 배반한다'는 속담들은 무엇을 말하는가? 인간관계를 외면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벌기만 하다가 정작 돈을 쓸 시기를 놓쳐 무용지물이 되고 어려운 경우를 당하게 됨을 지적한 것이다. 이는 경제에서 생산과 소비의 순환구조를 무시한 소비를 비판한 것이다.
개별경제의 관점에서 절약은 분명 미덕이다. 저소득 가정이나 후진국의 경우 특히 그렇다. 그러나 생산 과잉에 따른 재고 누적으로 자본이 과다 축적된 선진국에서는 이와 반대현상이 발생한다. 모든 사람들이 불확실 경제에 대비해 지나치게 절약된 생활로 일관할 경우, 그에 따른 소비감소→생산과잉→재고→조업 단축→기술개발의 중단→실업증가→소득감소→소비감소로 이어져 '빈곤의 악순환'(vicious circle of poverty)이 발생한다. 소위 절약의 역설(paradox of thrift)이다. 결국 정승같이 쓴다는 것은 최소한의 생계유지 수준에서 소비를 행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분수에 맞는 소비, 상황과 시기에 맞는 지출, 이웃과 나라 전체의 균형 및 지속적 경제발전 등을 고려한 균형적 소비라고 할 수 있다.
김상규(대구교대 사회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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