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늦가을 가볼 만한 곳] 대구 동구 '옻골마을'

고즈넉한 돌담길 돌고 돌아 옛 고향 추억 속으로

마을을 둘러싼 산과 들에 옻나무가 많이 자란다고 해 '옻골마을'로 불리는 경주 최씨 집성촌(대구 동구 둔산동). 조선 중기 최동집(崔東集)이 1616년(광해군 8년) 이곳에 정착한 뒤 400년 가까이 이어져 오고 있는 전통 한옥마을이다. 20여 채에 사는 주민 40여 명 모두 경주 최씨 광정공파 후손들이다.

동구 밖에 보호수로 지정된 350년 수령의 느티나무와 마을 입구 회화나무를 지나야 방문을 허락(?)한다.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면서 심었다는 수령 350년 정도 된 이 회화나무는 일명 '최동집 나무'라 불린다.

옻골마을은 뒤에 팔공산을 두고 앞에 금호강이 흐르는 전형적인 배산임수형 마을이다. 마을 북쪽을 감싸고 있는 산자락 중심에 눈에 띄는 바위 하나가 있다. 바위가 거북을 닮았다고 해서 마을 사람들은 '생구암' 또는 '거북바위'라고 부른다.

종갓집으로 향하는 주도로인 안길과 대문으로 통하는 막다른 골목인 샛길의 돌담길은 2~3㎞에 이른다. 마을 골목 굽이마다 양쪽으로 기와를 이고 선 돌담길이 이어진다. 담장 너머로 고풍스러운 기와집들이 전통미를 자랑하며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마을 북쪽에 400여 년 전 처음 터를 잡은 종가인 '백불고택'(百弗古宅)이 있다. 백불고택은 안길에서 대문간이 드러나지 않도록 돌담길을 직각으로 두 번 꺾은 후에 나타난다. 고색창연한 종가는 안채와 사랑채, 보본당(報本堂), 대묘(大廟), 별묘(別廟), 행랑채 등으로 이뤄져 있다. 백불고택은 현재 대구에 있는 조선시대 주택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ㄷ'자형의 안채와 'ㅡ'자형 사랑채로 이뤄져 있는데, 지붕은 모두 책을 펴서 엎어놓은 것 같은 형태, 즉 팔(八)자형 지붕인 박공지붕(일명 뱃지붕 또는 맞배지붕)으로 돼 있다. 안채와 사랑채, 재실, 가묘, 별묘 등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가묘와 별묘, 보본당으로 이어지는 조상과 관련된 공간은 양의 상징적인 의미인 동쪽에 배치하고, 생활공간인 안채와 사랑채는 음의 상징인 서쪽에 배치하고 있는 것이 이채롭다. 손수자 문화관광해설사는 "풍수지리 및 음양오행사상을 충실히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문을 들어서면 사랑채와 안채가 남향으로 세워져 있다. 왼쪽에는 'ㄷ'자 모양의 안채가 있다. 오늘날까지 원형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다. 원형에서 달라진 것은 겨울 추위에 대비해 설치한 보일러뿐이라고 한다. 고택의 오른쪽으로는 보본당이 있다. 경주 최씨 종가가 제사를 지내기 위해 1753년에 세운 건물이라고 한다. 지금까지도 그 전통은 이어지고 있고 한국전쟁 당시 임시 학교로 활용된 적이 있다고 한다.

토담을 따라 가다 보면 정려각이 보인다. 이는 백불암 최흥원의 효심을 기려 1789년에 세워진 건물이라고 한다. 정려각 안에는 정조가 하사한 홍패가 걸려 있다.

옻골마을은 최근 수백 년 동안 지켜온 빗장을 풀었다. 일반인에게 개방한 것이다. 숙박도 할 수 있고 각종 체험도 할 수 있다. 4인교 가마도 탈 수 있고 한복 입기, 절하는 법, 다도'다식'떡메치기 등의 체험도 할 수 있다. 또 투호놀이와 제기차기, 널뛰기, 윷놀이 등 전통놀이를 할 수 있다. 체험은 20인 이상 예약해야(053-424-2237) 가능하다.

손수자 해설사는 "옻골마을은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계절마다 독특한 분위기가 있는 호젓한 전통마을"이라며 "도심에서도 가까워 가족 나들이 코스로도 그만이다"고 했다. 불로동 고분군과 천연기념물 제1호인 달성 측백수림이 인근에 있다. 마을입구에 문화관광해설사가 상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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