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North and South)/ 엘리자베스 개스켈 지음'이미경 옮김/ 문학과 지성사 펴냄
"밖으로 나가 저들과 인간 대 인간으로 말하세요!"
이 책을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는 대사로 착취당하는 노동자들의 외침이다. '남과 북'은 19세기 영국 산업혁명 시기를 배경으로 남부의 전통적인 토지 귀족과 북부의 신흥 공장지대 사람들, 그리고 자본가와 임금 노동자들 사이에서 빚어지던 정신적이고 물리적인 갈등을 다각도로 조명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진취적인 여성 '마거릿'을 내세워 여성의 권익 문제, 사랑과 종교적 신념, 대립 구도를 초월하는 인간애 등 우리가 살아가며 피할 수 없는 삶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특히 저자인 개스켈의 많은 작품은 영국 BBC 방송국에서 드라마로 제작해 더 유명세를 탔는데, 그중 '남과 북'은 2004년에 시청자가 뽑은 최고의 영국 드라마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드라마는 국내에서도 DVD로 출시되기도 했다.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대표하는 여성작가이자 시대의 기록자인 엘리자베스 개스켈의 대표작이 바로 이 책이다. 빅토리아 시대의 제인 오스틴이라 불리는 엘리자베스 개스켈(1810∼1865년)은 작품 속 인물에 유머와 도덕적 판단을 혼합시킨다는 점에서 한 세대 앞선 영국의 대표적 여성작가 제인 오스틴과 자주 비교되기는 하지만, 동시에 산업화의 어두운 그늘을 조명하는 사회적 시각에서 차별성을 가진다.
대립을 상징하는 제목인 '남과 북'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북'은 산업혁명의 표상인 맨체스터가 그 중심에 있는 자본주의의 상징, 북부를 가리킨다. 반면 '남'은 북부와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으며, 북부가 숭상하는 가치와 전혀 관계없이 잘 교육받은 사람들이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는 남부를 가리킨다.
하지만 남과 북은 대립적 공간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남부와 북부는 신분이나 부의 소유에 따른 계급 질서 속에서 상류계급과 하류계급 혹은 지배계층과 피지배계층으로 극명하게 나뉘어 돌아가던 당시의 사회상을 반영한다.
저자에 대해 조금 더 소개하면, 개스켈은 런던에서 목사의 딸로 태어났지만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이모 집에서 성장했다. 윌리엄 개스켈 목사와 결혼해 잘 살았지만 30대 후반에 어린 아들을 잃은 뒤, 극심한 슬픔을 잊기 위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남편을 도와 빈민구제 등 사회사업에 관심이 많았던 개스켈은 본격적인 작가활동을 시작하면서, 빈민들의 비참한 생활과 노동자들의 참상을 그린 작품들('메리 바턴' '남과 북' 등)을 잇따라 내놓았다. 720쪽, 2만2천원.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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