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 돌아가는 꼴에 열불이 터진다. 대통령선거가 끝이 난 지는 11개월을 넘겨 1년이 다 되어 가는데 정치판은 아직도 대통령선거의 소용돌이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정기국회 석 달 동안 한 건의 법안 처리도 안 했다. 자나깨나 싸움질만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화끈한 승부가 나는 것도 아니어서 보는 이들의 진을 더욱 뺀다. 시간만 죽이는 꼴이다. 사람들도 지금껏 각자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편을 갈라 싸우다가 이제는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이대로 가다간 정치권 전체가 '공공의 적' 내지 '사회악'이라고 지탄받을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
보다 못한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나서 '국회해산'을 이야기했다. 그의 말은 이렇다. "우리 헌법에 왜 국회해산 제도가 없는지 하는 생각을 문득 했다. 국회해산 제도가 있었다면 다시 국민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국회를 해산하고 싶을 정도로 국민들이 열을 받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이런 충고를 들을 정도의 정치권이었으면 지금 같은 상황까지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또 국회를 해산한다고 치자. 뭐가 달라질까? 새 국회의원들은 다른 정치를 할까?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착각이다. 안 싸울까? 단연코 아니다. 지금 국회의원들의 수준이 저질이고 장삼이사(張三李四)들보다 못해서 정치가 막장드라마처럼 최악이 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한 명, 한 명을 만나보라. 모두 평균 이상의 능력과 애국심으로 무장한 선량(選良)들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정치의 독과점' 체제 때문이다. 사실상 새누리당과 민주당 양당만이 존재하는 정치판에 문제의 핵심이 도사리고 있다. 이 구조를 뜯어고치지 않고서는 우리나라 위인전의 주인공들을 모두 국회에 모셔 놓더라도 싸움을 그치지는 않을 것이다. 전투력이 더 뛰어난 사람들이니 싸움은 더 볼만할지 모른다. 다시 말해 사람의 문제라기보다는 구조의 문제라는 말이다.
독과점이란 무언가? 하나 혹은 소수의 기업이 시장을 지배하는 구조다. 독과점 기업들은 사실상 가격 결정권을 가지고 이윤을 과다하게 취하면서 시장을 좌지우지한다. 다른 기업들의 진입을 막기 위한 장벽도 높게 만든다. 소비자들의 아우성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아쉽고 답답한 게 없어서다. 소비자들은 다시 찾게 마련이라는 배짱이다.
이를 정치판에 적용시키면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독과점 정당이라고 할 수 있다. 전체 국회 의석 300개 가운데 94%인 282개를 차지해 입법부를 장악하고 있다. 정당 설립 요건도 까다로워 이들의 지위를 위협할 정당이 들어설 여지도 적다. 국고보조금 역시 두 정당이 90% 가까이를 차지한다. 게다가 유권자들도 두 당이 아니면 '별로'라는 착각에 사로잡혀 있다.
물론 1990년대 정주영 전 현대그룹 창업자가 만든 통일국민당과 충청권을 기반으로 한 자유민주연합 같은 제3의 정당 바람이 불었던 적이 있다. 각각 총선'대선용 정당, DJP연립정부 붕괴의 결과라는 꼬리표가 붙긴 했지만 그들 정당이 존재하던 그때가 지금보다 좋았다는 전문가도 많다. 이판사판 싸움질보다는 정치 비슷한 게 살아서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안철수 신당을 향한 색안경은 벗어버려야 한다. 적어도 대선 때와 같은 집중포화와 매도는 사라져야 한다. 유권자들도 1번과 2번만이 아닌 다른 선택을 의도적으로라도 해야 한다. 물론 존립의 기로에 서 있는 통합진보당이 대안은 아니다. 양 극단으로 치닫지 않는 건전한 제3당이 나와야 한다. 1번 아니면 2번만 찍었던 이들에게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독과점 정당이 벌이는 치킨게임을 보지 않으려면 일부러 그렇게라도 해야 한다. 1번과 2번을 줄기차게 찍은 결과가 지금 같다면 다시 또 1번과 2번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결과는 당연히 제대로 대접받는 유권자들이다.
흔히들 '모 아니면 도'라는 말을 한다. 정치판에서는 입에 달고들 산다. 하지만 어떻게 모 아니면 도뿐인가? 개와 걸 그리고 윷도 있어야 윷놀이도 완성된다. 윷가락도 네 개가 한 짝이다. 모 아니면 도만 필요하다면 윷가락은 하나로도 충분하다. 그걸로는 니 편 내 편 가르기만 할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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