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피 한방울, 의료혁명이 씨앗] <4>첨단 의료기관을 가다

암 잡는 단백질 분석…앰디앤더슨암센터, 유전자 염기 서열 '콕'…베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000년대 폐암 치료를 받았던 곳으로도 유명한 텍사스대 엠디앤더슨암센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000년대 폐암 치료를 받았던 곳으로도 유명한 텍사스대 엠디앤더슨암센터.
엠디앤더슨암센터 루이스 벤스 교수, 프로빈챈드라 파텔 박사, 라자라카스미 루서 박사 등이 암과 관련된 단백질 분석 방법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엠디앤더슨암센터 루이스 벤스 교수, 프로빈챈드라 파텔 박사, 라자라카스미 루서 박사 등이 암과 관련된 단백질 분석 방법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의 선두기관으로 꼽히는 베일러의과대학.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의 선두기관으로 꼽히는 베일러의과대학.
베일러의대 크리스티나 앵 교수, 리준 웡 박사 등이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 방법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베일러의대 크리스티나 앵 교수, 리준 웡 박사 등이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 방법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소말로직사가 세계 최초로 압타머(분자족집게) 기술을 개발한 회사라면,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텍사스대 부설 엠디앤더슨암센터와 베일러의과대는 각각 단백질분석과 유전자분석의 첨단을 걷는 의료기관이다.

엠디앤더슨암센터는 단백질과 유전자 분석을 위한 최첨단 장비를 보유하고 있으면서 9천 가지 단백질의 결합 패턴을 분석하고, 환자 1명의 유전자 50개를 동시에 진단할 수 있는 등 단백질 분석을 통한 질병 치료에 선구적 역할을 맡고 있다.

베일러의과대는 환자 등에게 2만여 가지의 유전자 염기서열 정보를 제공하는 등 미국에서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의 선두주자로 꼽히고 있다.

◆암 치료의 선구, 엠디앤더슨암센터

세계 최고의 암 치료센터로 알려진 텍사스대 엠디앤더슨암센터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000년대 폐암 치료를 했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세계에서 규모가 가장 큰 독립 암센터로, 연구원 1천600여 명을 포함해 1만9천여 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특히 이 센터의 면역모니터링시험소는 암환자에 대해 치료 단계별로 점검을 하면서 암세포나 조직에서 특정 종류의 단백질이 많고 적음을 파악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암세포의 공격을 활발하게 하는 단백질을 억제하고, 암세포의 공격을 하지 못하게 하는 항체와 약을 개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면역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에 대한 면역 모니터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중점 연구 분야이다.

이 센터의 루이스 벤스 교수는 "동물에서 만든 항체를 통해 혈액 내 단백질의 양과 변화 등을 분석할 수 있다"며 "9천 가지 칩 위에 다른 종류의 단백질을 심어놓은 뒤 피를 떨어뜨려 이 9천 가지 단백질과 결합해내는 단백질을 분석해 각 단백질의 역할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루이스 벤스 교수는 엠디앤더슨센터가 환자 1명의 유전자 50개를 동시에 진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앞으로 400개의 유전자를 동시에 진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될 경우 더욱 정밀한 질병의 원인과 경로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여러 종류의 면역세포에 17가지 형광색을 칠한 뒤 특정 종류의 세포로 분리해 분석하는 연구도 면역모니터링시험소의 역할이다.

이 센터의 라자라카스미 루서 박사는 "암과 같은 질병을 찾아낼 때 단백질 분석과 함께 생화학적 분석을 하기도 하는데, 모든 유전자의 전 염기서열을 분석해 암을 비롯한 질병에 대한 분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분석의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이 센터에는 54개의 유전자를 동시에 분석할 수 있는 기계, 암과 관련된 유전자를 반응기에 넣고 증폭시켜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장비, 96개의 세포로 분석하는 장치 등 최첨단 장비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이 암센터도 피 속에서 질병과 관련된 단백질을 집어낼 수 있는 다중진단 기술력은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엠디앤더슨암센터의 궁극적인 목적은 암을 완전히 극복하는 것이다. 이 센터가 건물명이나 직원들의 명함에서 암을 뜻하는 Cancer라는 단어에 붉은색 줄을 쳐놓은 것도 이 같은 강한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이 센터의 프로빈챈드라 파텔 박사는 "암을 진단하는 방법은 조직을 떼 내 분석하거나, 유전자 분석을 하거나, 피 속의 단백질을 분석하는 방법 등이 있다"며 "암이 여러 가지 요인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어떤 종류의 돌연변이가 발생했는지 알기 위해 질병과 관련된 단백질 수십 개를 동시에 분석할 수 있는 다중진단이 가장 정확하지만, 아직 그 기술력에는 어느 기관도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전자 분석의 1인자, 베일러의대

베일러의과대학은 미국에서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에서 선두주자로 꼽히는 의료기관이다. 이 의과대학은 20년 동안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환자 등에게 2만여 가지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2012년 초에는 독특한 염기서열분석법을 개발해 환자들에게 서비스하고 있다.

이 대학의 크리스티나 앵 교수는 "유전자 염기서열을 통해 질병 자체는 알 수 없지만, 유전자 변형을 통해 치료 방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상당수 환자들이 이 염기서열을 알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앵 교수는 "유전자 염기서열을 알게 되면 유전자 변형과 문제 발생 여부를 알 수 있고, 유전병이 있으면 진단 치료가 가능하며, 유전과 관련한 질병에 대한 특별한 치료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베일러의대는 인류 모든 질병의 2%가 유전병이라는 점을 감안해 인간의 모든 유전자에 대한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 이 의과대는 연간 8만 개의 유전자를 분석하는데, 이 중 연간 1천500개의 질병과 관련된 유전자를 분석하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김병구기자 k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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