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항 대도공구상가 5억 들이고도 "뭐가 변했지?"

환경정비 실패…거미줄 전선,무질서한 간판 안내 컴퓨터는 무용지물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1천만원짜리 안내 컴퓨터, 온통 얼기설기 얽힌 전기줄과 어지러운 간판들. 수억원이 넘게 들어갔다는데 도대체 뭐가 바뀌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포항시가 5억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남구 대도동 대도공구상가에 대한 대대적인 환경정비를 실행했지만, 인근 상인들은 '실제 효과도 생각하지 않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포항시는 지난 2010년 9월부터 2011년 3월까지 경기불황과 도시슬럼화 등으로 인해 침체된 지역 상권을 살리기 위해 총 사업비 5억7천800여만원을 들여 대도공구상가 530여m 구간에 대한 환경정비를 시행했다.

사업내용은 통합신호등과 가로등 설비, 공구상가 상징 조형물 설치, 횡단보도 및 벤치 정비, 키오스크(터치스크린 형태의 컴퓨터 안내시스템) 설치 등이다.

하지만, 정작 상인들은 사업초기 포항시가 공구상가 활성화를 위해 상의한 것과는 다르게 사업을 진행하면서 실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당초 상인들은 포항시에 업체별 간판정비를 통한 공구상가 내 통일된 분위기 조성 및 현대화 사업 등을 요구했다. 포항시에서도 이를 수용해 상인회 등과 간담회를 갖고 사업을 추진했지만, 정작 사업이 시행될 때는 50여 개의 대상 업체 중, 단 3곳의 간판만 교체되고, 나머지 예산은 모두 용도 변경됐다는 것.

대도공구상가의 한 상인은 "횡단보도를 새로 긋고 멀쩡했던 가로등을 바꿔 설치해 놓은 것을 보면 일반적인 환경정비와 다를 바 없다. 이것이 왜 대도공구상가 활성화 사업이라고 불리는지 모르겠다"며 "그냥 포항시가 편하게 사업을 진행하려고 예산을 낭비한 꼴"이라고 했다.

키오스크는 설치한 지 3년이 됐지만 사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 '장식품'으로 전락했고, 상인들이 당초 요구했던 주차장은 접근성이 떨어지는 구석진 곳에 설치해 활용도가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 상인들의 반응이다.

이에 대해 포항시는 관련 지침이 바뀐데다 시의회의 반대 등으로 인해 사업을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당시 사업을 추진했던 포항시 전략추진본부 테라노바팀 관계자는 "시행 초기에는 안전행정부의 간판정비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예산을 신청했으나 이것이 중도에 폐지되면서 사업을 계속 이끌어 갈 수 없었다"면서 "시의회에서 민간사업자의 간판을 정비해주는 것에 대해 특혜의혹을 제기하는 등 부정적인 견해가 많아 어쩔 수 없이 공공디자인시범사업으로 변경해 예산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포항'신동우기자 sdw@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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