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나눔릴레이, 나눔을 함께하는 사람들] 2호, 남산기독교종합사회복지관

장애·비장애우 어울려 키운 국화꽃 사랑의 향기

17일 오후 남산기독교종합사회복지관에서
17일 오후 남산기독교종합사회복지관에서 '나눔릴레이' 두 번째 주자로 선정된 학생들이 국화꽃 앞에서 사랑의 열매를 흔들며 활짝 웃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조웅빈(제일중1), 선우민석(제일중3), 이성준(보명학교2), 육광수(제일중3), 김상호 사회복지사, 권영주'전솔희'윤상휘 봉사자, 이의현(계성중3) 학생.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국화의 은은한 향기처럼 나눔의 향기를 전하는 청소년들이 있다. 대구 중구 남산동 남산기독교종합사회복지관에서는 복지관을 찾아오는 학생들이 직접 키운 국화를 팔아 얻은 수익을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하고 있다.

남산기독교종합사회복지관은 4년 전부터 국화를 키우기 시작했다. 국화 키우기는 복지관이 4년 전부터 운영하고 있는 청소년 야간 보호사업 중 하나인 '행복나눔 별빛교실'의 프로그램 중 하나다. 남산동 지역의 저소득층 학생과 장애 학생들의 방과 후 프로그램을 고민하던 복지관에서 비장애 학생과 장애 학생이 같이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고민하다가 나온 것이 국화 키우기였다. 화초를 키우는 활동이기 때문에 심리적 치유 효과도 기대할 수 있었다. 그래서 2011년에 국화 모종 약 60개를 대구자연과학고등학교로부터 기증받아 키운 것이 시작이었다.

국화를 키운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물도 자주 줘야 하는 데다 가지치기를 제때 해 줘야 꽃이 풍성하게 자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학생들은 학교 수업이 끝난 뒤 오후 5시에 복지관에 도착하면 맨 처음 하는 것이 국화 화분에 물 주기였다. 처음에는 멋모르고 호스에 나오는 물줄기 그대로 주는 바람에 화분의 흙이 패여 나가 뿌리가 흔들리게 만드는 실수도 했지만 지금은 물 주는 것도 능숙하고 가지치기도 수준급이다. 선우민석(16'중구 남성로) 군은 "국화에 물을 준 뒤 호스 치우는 게 어떤 때는 귀찮고 힘들었지만 그래도 이 꽃을 받을 사람들이 기분이 좋았으면 하는 마음에 열심히 키웠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키운 국화는 10월이 되면 복지관에서 판매를 시작한다. 복지관에서는 3년 전부터 화분 한 개에 5천원에 판매되는 이 국화의 수익금 모두를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했다. 학생들과 함께 국화를 키우고 있는 복지관 김기훈 과장은 "판매 수익금이 20만원 안팎으로 그리 많지는 않지만 아이들에게 나눔의 기쁨이 어떤 것인지 가르쳐주기 위해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해왔다"고 말했다. 또 복지관에서 키운 국화 중 일부는 지역의 독거노인에게 기증되고 있다.

복지관의 학생들은 국화 키우기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었다.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이 같이 물을 주면서 협동심과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배우고, 어려운 환경이지만 자신의 작은 힘으로도 남을 기분 좋게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동하기도 한다. 이의현(16'중구 동인동) 군은 "국화를 키우면서 부지런함이 생겼고 맡은 일에 대한 책임감도 배울 수 있었다"며 "장애가 있는 친구들과도 처음 만날 때는 서먹했지만 지금은 많이 친해진 것이 가장 크게 배운 점"이라고 말했다.

변창식 복지관장은 "국화를 키우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사회로부터 도움이 절실한 친구들이 많다"며 "이들이 도움을 받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도움을 주는 존재일 수 있다는 사실만큼 큰 교육은 없을 것이며, 앞으로도 꾸준히 국화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산기독교종합사회복지관은 다음 나눔릴레이 주자로 매년 적금을 부어 그 이자로 어려운 이웃을 돕는 강말연(62'여) 씨를 추천했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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