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국인구학회장 선출 영남대 사회학과 김한곤 교수

"막장 드라마가 '결혼 안하는 사회' 부채질"

"한 여성이 가임기간 동안 출산하는 자녀의 수를 출산율이라고 할 때 학계서 추정한 우리나라 출산율은 2005년에 1.08로 바닥을 친 이후 좀처럼 개선될 여지가 없습니다. 2001년 출산율 1.3을 기점으로 이미 우리나라는 초저출산국가에 진입한 상태입니다."

이달 13일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열린 한국인구학회 정기총회 및 동계 학술대회에서 제34대 한국인구학회 회장에 선출된 영남대 사회학과 김한곤(58) 교수. 인구학을 전공한 학자로서 그는 수치를 바탕으로 최근 우리나라의 심각한 저출산율과 미혼율 및 초혼연령 상승에 따른 사회, 경제, 국방 문제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출산율 2.0이 돼야 인구가 줄지도 늘지도 않는 상태가 되지만 지난해 우리나라의 경우 '흑룡의 해'란 점에서 출산율 1.3을 잠시 기록한 이래 올해 추정 출산율마저 1.2에 불과합니다. 이는 곧 2009년부터 대두된 주력생산활동인구(25~49세)의 꾸준한 감소세를 방증합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 인구는 매년 22만여 명씩 늘고 있다. 하지만 저출산이 계속된다면 2030년 전체 인구 5천100만여 명을 꼭짓점으로 점차 줄어들고, 이런 추세라면 10년 후 2023년 대입수험생은 현재의 55만~60만 명 선에서 약 15만여 명이 줄어든 40만 명 선이 될 것이라는 게 학계의 전망이다.

"저출산과 고령화 사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경제활동인구가 줄면 경기침체가 따르고 이어 노인인구에 대한 부양부담이 증가한다. 이에 따라 세대 간 갈등이 일어날 수 있고 심할 경우 개인의 삶의 질이 급격히 떨어짐으로써 최종적으론 국가존망이 위태로울 수가 있다는 것.

"국방력을 예로 들면 현재 정규군 약 65만 명 중 14만 명이 하사관 이상 직업군인이며 51만여 명이 징병장병인데 10년 후인 2023년 대입수험생을 기준으로 하면 이중 절반인 여성을 뺀 나머지 20만여 명이 모두 징집된다 해도 국방의 절대인원수를 채울 수 없게 됩니다."

자연히 고령화 사회도 더욱 가속화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7년이면 노인인구(65세 이상)의 비율이 14%, 2024년이면 20%로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다.

한 설문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 중 나름대로 노후준비가 됐다는 사람이 28.7%, 나머지 71.3%는 전혀 준비가 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85세 이상 초고령 노인인구비율이 높아지면 건강과 관련한 사회'국가적 부담은 상상을 초월한 정도이다.

김 교수는 이 같은 저출산율의 원인을 ▷안정된 일자리 부족에 따른 경제적 부담 ▷가치관의 변화 ▷여성 사회진출 증가 ▷정부 출산장려정책과 국민 이해관계의 상충으로 진단했다.

"최근 시청률 상승을 노린 가정 파괴적 막장드라마도 미혼율과 초혼연령을 높이는 데 일조를 합니다. 부부간 불화, 시부모와의 갈등 등이 결혼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거죠. '결혼생활에서 아이는 없어도 된다'는 식의 가치관 말이죠."

지난해 기준 초혼연령이 남성 32.1세, 여성이 29.2세로 가임여성이 평균 32세에 첫 아이를 낳으면 이후 노산이 염려돼 둘째아이를 잘 낳으려 들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인구문제의 심각성에 비추어 정부는 2006년부터 출산장려정책을 펴 왔으나 이 또한 큰 실효를 거두고 있지 못한 형편이다. 단순히 장려금 지급과 같은 유인책으론 현재의 경제'사회적 결혼관과 맞지 않는 셈이다.

"결혼을 할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이 필요합니다. 정부는 2006년부터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 '새로 마지'계획을 시작으로 2011년 2차 새로 마지 계획을 시행하고 있으나 인구정책을 담당하는 기구는 고작 보건복지부 내 인구정책과와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있을 뿐입니다."

김 교수는 결혼과 출산을 위한 사회적 인프라 구축이 무엇보다 급하다고 운을 뗀 후 책임부서의 설립과 효율적 예산 집행, 결혼에 대한 우호적 환경 조성, 둘째아이부터라도 확실하게 사회적 보장이 가능한 정책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근 프랑스와 스웨덴 등이 인구장려정책에 성공한 나라들로 꼽힙니다. 그러나 이렇게 성공하기까지 70, 80년이 걸렸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만시지탄(晩時之歎)이 없지 않죠."

김 교수에 따르면 '이제 출산은 부모의 책임이 아닌 국가의 책임'이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