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작심삼일 교정법

재일교포 3세의 한 청년은 가난했지만 꿈은 야무졌다."이십대에 사업을 일으켜 이름을 떨치고, 삼십대에 1천억엔의 자산가가 되고, 사십대에 대기업가가 되고, 오십대에는 30여 나라에 기업을 세워 온 세상을 연결하고, 육십대에는 후진에게 기업을 물려주고 우리는 세계적으로 이름난 명승지 곳곳에다 별장을 지어 아름다운 인생을 노래하며 삽시다. 나와 결혼해 주세요."지금은 일본에서 1, 2등을 다투는 부자가 된 소프트뱅크 손정의 사장이 열아홉 청년이었을 때 사랑하는 여인 앞에서 밝힌 인생 50년 계획이었다. 이런 청혼을 거절할 처녀가 있을까?

청년 손정의의 꿈은 결과도 과정도 측정 가능할 만큼 구체적이었다. 꿈은 하늘의 별을 따겠다는 허황된 것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목표들이었다. 그러면서도 그의 큰 야망과도 연결되어 있었으며 언제 시작해서 언제 끝낼 지도 분명했다. 그는 사업을 시작하는 첫날, 사과 박스 위에 올라가 몇 안 되는 직원들에게 자신의 꿈을 이미 이뤄진 것처럼 생생하게 외쳤다고 한다. 그는 지금 300개가 넘는 기업을 거느리고 있으며 일본의 빌 게이츠로 불리고 있다. 꿈을 앞당겨 이룬 것이다.

바보들은 결심만 한다고 했다. 오징어 물맹세? 오징어가 물을 먹지 않겠다니, 물을 떠나 어찌 살 수 있으랴. 실행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의 하나마나한 맹세를 두고 한 말이란다. 새해 첫날에는 늘 멋진 꿈을 세웠지만 바닷가에 쌓은 모래성이 바닷물에 스러지듯이 꿈은 사흘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곤 했다.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렇게 될 줄 알았지'라는 영국의 극작가 조지 버나드쇼의 묘비명에는 단 한 번만 무릎을 쳤어야 했는데, 거기에 기대어 또 한 해가 저문다.

"발레나 공부는 벼락치기는 안 통한다. 나는 나 자신과 경쟁했고, 나는 매일 조금씩 발전하는데 재미를 느꼈다. 힘들게 살지 않으면 기쁠 때 얼마나 기쁜지를 모른다. 인생의 내리막을 만나서는 울면서 다시 시작하기도 했다. 동료들은 나를 기계라 부르지만 쉬는 것은 나중에 무덤에 가서 쉴 수 있다. 나는 조금씩 전진하는 느낌이라 나이 드는 게 좋다. 젊어지고 싶지 않다."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발레리나 강수진이 청소년들에게 들려준 연설이다. 공연을 위한 그녀의 성장한 모습은 화려의 극치이지만 벗은 발은 흉물스럽기 짝이 없을 정도다. 집중과 단련의 달인, 강수진은 드디어 국립발레단장에 되었다.

이처럼 반드시 이루고 싶은 일이라면 어찌 사흘 만에 무너질 수 있겠는가. 내가 꿈을 향해 달려가면 꿈도 내게 달려온다고 했다. 목표는 이미 이룬 것처럼 상상하고, 글로 써놓고 매일 말하고 다니면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했다. 이번 새해는 손정의처럼 야무지고 옹골찬 목표에, 강수진 같은 실행력을 기원해본다.

이규석 대구카네기연구소장 293l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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