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목 이책!] 아트 오브 메이킹 머니

아트 오브 메이킹 머니/ 제이슨 커스텐 지음/ 양병찬 옮김/ 페이퍼로드 펴냄

전문가들조차 육안으로는 진위를 파악하기 힘든 100달러권 위조지폐를 슈퍼노트(Super Note)라 부른다. 슈퍼노트 제작의 배후로는 북한, 이란 등의 나라가 지목되는가 하면, 미 의회의 눈을 피해 비밀공작을 수행하려는 CIA가 몰래 돈을 찍어내어 '자작극'을 벌인다는 주장도 있다. 한 나라나 수사 기관 전체가 엮일 만큼 지폐 위조는 스케일이 큰 범죄다. 고가의 첨단 장비를 동원해 시시각각으로 변해가는 지폐 도안의 구조를 꿰뚫어야 하고, 어렵사리 만든 위조지폐를 구매할 의사가 있는 은밀한 비즈니스 파트너도 필요하다.

이 책은 지폐 위조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실존 인물, 아트 윌리엄스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범죄 다큐멘터리다. 매력적인 용모와 뛰어난 지능, 종이의 미세한 결을 구분하는 예술적인 감각을 지닌 아트 윌리엄스가 미국 역사상 최강의 지폐로 일컬어지는1996년형 신권(1996 New Note)을 위조하는 이야기를 다뤘다. 미국 시카고 빈민가 출신인 아트는 돈이 없어서 돈을 만들어야 했던 남자다.

자신의 재능을 범죄에 이용하고, 결국 덜미를 잡혀 체포되기까지 그의 행보는 자본주의 사회가 걸어온 모순의 행보와 걸음을 같이한다. 이 책의 저자 제이슨 커스텐은 저널리스트 특유의 객관성과 정확성을 견지하는 한편,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마치 아트 윌리엄스가 된 듯한 느낌이 드는 박진감 넘치는 문체로 희대의 위조지폐범을 조명했다. 무엇이 아트 윌리엄스의 보석 같은 천재성을 화폐 위조라는 범죄로 몰아갔는지 되짚는 동안, '과연 돈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에 도달하게 된다. 현재 아트 윌리엄스는 텍사스주 포레스트시티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456쪽, 1만4천800원.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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