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한국외국어대 경제학과 교수가 8일 한국 사회의 관용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1995년과 2009년의 성장 동력, 환경, 사회 통합 등 분야별 지표를 비교한 내용 중 하나이다. 사회통합지표의 관용 부문은 장애인'노동자 관련 법률 수, 타인에 대한 관용, 외국인 비율 등을 따진 것으로 낙제 수준에 머물렀다. 실업률, 노령자에 대한 사회 지출, 자살률 등 안전 부문도 최하위였다. 성장 동력 지표가 20위에서 13위로 올라간 것과 비교된다.
'관용'은 원래 서양의 종교 갈등에서 발전한 개념이다. 가톨릭 중심의 중세 사회에서는 이단 심문, 마녀 재판이 횡행했고 종교 개혁 이후 구교와 신교 간 전쟁이 벌어져 많은 인명이 살상당했다. 뒤이어 계몽주의를 주창하고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면서 신앙의 자유를 인정하는 길로 나아갔다. '관용'은 근대 이후 사상의 자유를 살리는 방향으로 의미가 확장되고 부르주아와 노동자 등 계층 간 갈등을 협력으로 전환하는 개념으로 정착됐다. 오늘날 인종'성'동성애 차별 등을 금지하는 것도 관용의 정신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통계 지표가 아니더라도 관용이 부족한 사회임을 알 수 있다. 다양한 의견을 받아들이는 데 인색한 정치 문화와 극심한 정치적 대립, 경제적 계층의 양극화와 고착화, 타인에 대한 배려 부족 등의 현상이 그 증거들이다. 지나친 경쟁 논리로 말미암은 나만 잘살면 된다는 의식, 성장과 효율성에 집중된 정치사회적 문화가 이러한 결과를 낳은 것으로 봐야 한다.
프랑스는 '톨레랑스'라는 말에서 보듯 관용이 살아있으나 최근 실업 문제가 커지면서 인종 갈등이 벌어져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 '톨레랑스' 뒤에 타인에 대한 무간섭, 무관심 등이 깃들어 있어 취약함을 드러낸 것이지만, 관용의 전통이 깊은 점을 무시할 수는 없다. 프랑스와 너무 다른 우리나라는 관용 의식이 떨어져 사회 통합이 위기 수준에 달했다는 경고를 되새겨야 할 필요가 있다.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등 전 분야에서 협동과 배려의 싹을 틔우고 정책으로 녹여내야 더 성장하고 함께 잘살 수 있는 활로가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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