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학년도 대입 제도 개선 방향의 화두는 대입전형 간소화였다. 교육부가 3천여 개에 달하는 대입 전형을 수시모집 4개, 정시모집 2개로 단순화해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대입 전형 간소화 방침에 따라 올해 입시부터는 전형 유형 기준으로 수시는 '학생부(교과) 위주 전형' '학생부(종합) 위주 전형' '논술 위주 전형' '실기 위주 전형'으로 구분돼 있다.
문제는 '○○위주 전형'이라는 용어가 또 다른 혼란을 일으켰다는 점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발표한 2015 대학별 전형계획을 보면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 입장에서 만든 것이 아니라 교육부에서 만든 전형에 끼워 맞추는 데 급급한 듯하다. 대학들로선 교육부 발표대로 수시 4개, 정시 2개의 숫자를 맞췄는지가 관건일지 모른다. 하지만 수험생 입장에서는 희망하는 대학과 전공에 합격하기 위한 길을 찾는 데 전형 계획의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아직 대학별 전형 계획은 전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문제를 살펴봤다.
◆전형별 수능의 영향력
수능 우선선발 금지와 함께 수시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완화될 것이라는 교육부의 이전 발표는 공수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입학정보포털사이트에 수록된 대학별 2015 전형계획을 분석한 결과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경희대, 이화여대, 건국대, 숙명여대 등 7개 대학이 지난해 일반선발 대비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강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대, 한국외대, 서울시립대, 동국대, 홍익대 등은 지난해와 같은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며 한양대는 모든 전형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폐지했다.
수시모집에서 가장 많은 인원을 선발하는 일반전형의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전년도 우선선발 기준보다 완화됐지만 기존의 일반선발보다 높아진 데 따른 파급 효과는 적지 않을 전망이다. 특목고와 예체능계 학생들의 진학 창구인 특기자 전형을 제외하면 대부분 일반고 학생들은 학생부의 비교과활동과 자기소개서 등을 평가하는 학생부종합전형과 논술고사를 실시하는 일반전형으로 지원하기 때문이다.
성균관대 경우 학생부종합전형(과거 입학사정관제)인 성균인재전형은 수능 최저학력기준으로 최소 1과목 1등급을 요구해 지난해보다 기준이 오히려 강화됐다. 대학마다 차이는 있지만 특기자전형이 학생부종합전형으로 편입된 대학 경우 외부 '스펙'을 금지하는 상황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전년도(2014학년)에 서울대마저 지역균형선발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맞추지 못해 불합격한 수험생이 속출했던 것을 생각하면 수능 최저학력기준 강화는 올해 수험생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위주' 전형의 경계에 있는 혼합전형 탄생
주요 대학의 전형을 보면 '위주' 전형이라는 이름 아래 새로운 전형이 탄생했다. 교육부의 지침은 지키되 우수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나온 전형이다. 학생부교과전형이라 해놓고도 논술에 변별력을 싣는가 하면 특기자전형 성격이 분명한데도 자기소개서보다 논술 비중을 더 둬 논술전형으로 명명한 전형들이 그것이다. 이는 교육부가 2015학년에 도입한 '위주' 전형의 특징상 50%를 넘기는 전형요소 중심으로 전형 유형이 분류되는 탓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특기자전형을 전면 폐지하거나 축소했다고 발표한 대학 일부가 여전히 다른 전형을 통해 특기자전형을 운영하고 있는 점이다. 성균관대 과학인재전형은 자기소개서를 평가해 반영하는 새로운 논술유형을 선보였다. 논술전형 경우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두긴 하지만 논술과 학생부 교과 성적을 합산해 합격자를 정하는 게 보통의 방식인데 수능 최저학력기준 없이 논술 60%+서류 40%를 반영함으로써 상식을 깨뜨렸다. 고려대 학생부교과전형은 무늬만 학생부전형이지 사실상 논술전형이다. 학생부 반영비율이 55%라 학생부교과전형으로 분류되지만 나머지 45%는 논술 성적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외견상 학생부 비중이 높지만 실질 반영비율이 높지 않으며 당락은 논술에 달려 있다.
이처럼 대입 간소화 방안에서 선보인 '위주' 전형은 학생부 교과 반영비율이 50%를 넘으면 학생부교과전형, 논술 반영비율이 50%를 넘으면 논술전형이라는 식으로 분류한다. 이 때문에 성균관대처럼 실기 위주 전형에 편입돼야 할 특기자전형이 논술 위주 전형에 포함되기도 하는 것이다. 또한 학생부교과전형을 확대한 것으로 보이는 고려대도 사실은 논술전형을 축소하지 않은 꼴이 된다.
이처럼 기이한 전형이 탄생한 배경에는 교육부의 지침에 끼워 맞추고 보자는 대학들의 편법이 숨어 있다. 교육부 지침에 따르려면 학생부 위주 전형을 늘리고 논술'적성전형과 특기자전형을 축소해야 하지만 대학 입장에서는 우수 학생을 선발하기 쉬운 논술과 특기자전형을 쉽사리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학별 전형이 모호해진 것은 결국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을 어렵게 만들 공산이 크다.
◆더 복잡하고 어려워진 대학별 전형계획
2015 대학별 전형계획이 발표됐지만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 처지에서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개별 대학의 전형계획 일부만 발표한 상황에서 무작정 4월 말(대학별 전형계획 발표 기한)까지 기다릴 수는 없고,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게시된 정보만으로는 대학이나 학과의 전형 정보를 확인하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외형상 수시 전형 유형은 4개뿐이지만 그 아래에 전형요소 및 반영비율에 따라 여러 가닥이 생기면서 전형은 종전 못지않게 복잡하다. 학생부교과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만 해도 그 아래로 지원자격과 반영요소 및 비율이 각기 다른 전형으로 세분화된다.
게다가 특기자전형과 적성전형이 학생부교과와 학생부종합전형, 심지어 논술전형에까지 편입되면서 논술과 서류를 한꺼번에 준비해야 하는 부담까지 생겼다. 여기에 수능 최저학력기준 설정 여부와 그 기준의 높낮이에 따라 준비하는 방법이 각각 달라질 수 있어 애써 공들인 학생부나 서류 등이 무용지물일 가능성도 커졌다.
더욱 큰 문제는 주요 입시기관들조차 이러한 세부 내용을 분석하기가 어려워 이슈화되지 않은 탓에 분석의 정확도나 맞춤형 전략의 신뢰도를 검증하기 어려운 컨설팅 업체가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수험생들은 우선 학교 교사와 상담을 통해 자신이 지원할 대학과 전형을 선택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후 수능과 논술 대비 학습을 위주로 학생부 교과 성적과 비교과 활동을 챙기면서 자기소개서 등 관련 서류를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도움말=매일신문 교육문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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