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21일 대구 중구의 한 여관에서 이모(42)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씨의 사망 원인은 간경화증. 김천에 주소를 둔 이 씨는 이 여관에 장기 투숙하며 막노동으로 하루하루를 연명했다. 그가 남긴 건 현금 6천원과 몇 벌의 옷이 전부였다. 유일한 가족인 어머니가 시신을 넘겨받기 거부해 시신은 한 달 동안 병원 안치실에 있다가 11월 21일 장례가 치뤄졌다. 하지만 이 씨의 '하늘나라 소풍 길'은 외롭지 않았다. 비록 어머니는 없었지만, 곁에 장례지도사협의회봉사단이 있었다.
장례지도사협의회봉사단은 이처럼 가족이 돌보지 않는 사람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고 있다. 이 봉사단은 구청에서 기초생활수급자나 무연고자에 대한 장례 의뢰가 들어오면 바로 달려가 시신 수습에서 관과 염, 장례 차량, 화장, 봉안당 안치, 마지막 서류 정리까지 모든 장례절차를 무료로 해준다.
19년째 활동 중인 이 봉사단은 2009년 11월에는 법인으로 체계화했다. 처음엔 강봉희(60) 단장이 마음 맞는 사람과 이 일을 했으나 이제는 뜻을 같이하는 회원이 300명이 넘는다. 법인 출범 이후 지금까지 치른 장례봉사는 170여 차례에 이른다.
강 단장은 "예전에 암에 걸려 죽을 고비를 넘겼다. 병원에서 쓸쓸히 목숨을 잃는 사람을 보면서 그들의 마지막 가는 길을 돕고 싶었다. 외롭고 힘들게 산 사람들이 죽어서 방치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했다.
강 단장이 만난 무연고자는 대부분 고독사했다. 가족 없이 혼자서 죽음을 맞았고, 어렵게 친척을 찾아도 장례비 때문에 시신 인수를 거부하는 예도 많았다.
최근 봉사단이 장례를 치른 김모(89) 씨는 지난달 11일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지병으로 숨졌다. 큰아들(41)은 이혼 후 전남 고흥에, 작은 아들(39)은 경기도 일산에 살았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부친의 사망 소식과 장례 여부를 묻는 우편물은 두 곳 모두서 반송됐다. 겨우 이혼한 큰며느리와 연락이 닿았으나 "가족이 아니다"며 장례를 거부했다. 결국 1월 16일 무연고 시신으로 분류돼 상주 없는 장례를 치렀다.
강 단장은 두 아이를 혼자 키우다 세상을 등진 한 어머니를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아프다. 2011년, 암으로 투병하다 임종을 앞둔 어머니의 장례 방법을 몰라 도움을 청해온 대학생 딸, 고등학생 아들과 함께 장례를 치른 강 단장은 문상온 아이들의 친구에게 직접 밥을 사먹이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연락이 닿은 아이들은 직장을 잡고, 또 공익근무요원으로 열심히 살고 있었다"며 "아이들이 바르게 자라줘 뿌듯했고 감사했다"고 했다.
봉사단원들은 "홀로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고독사'를 줄일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단장은 "죽음을 터부시하는 데다 가족은 물론 이웃 사이도 단절돼 옆집에서 누가 목숨을 잃는지도 알지 못한다"며 "자율 방범대와 도시락 배달 봉사자 등을 활용한다면 한정된 인력난을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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