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물의 세계] 제대탈장

얼마 전 4개월 된 1.5㎏의 페키니즈가 내원했는데 제대 부위에 500원짜리 동전만 한 크기의 제대탈장이 있었다. 탈장이 너무 크다 보니 주변 근육이 당기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방사선 촬영과 혈액검사를 해보니 특별한 이상은 없었다. 어린 반려견이라 보호자가 많이 걱정을 했다. 탈장 크기가 너무 커 한 번의 수술로 가능할지 의문스러웠다. 수술은 걱정했던 것보다 근육분리가 잘되고 근육이 잘 형성돼 있어 폐쇄 봉합수술에 별문제가 없었다. 수술을 마치고 붕대를 감아 보호자에게 보여주니 보호자도 그제야 안심이 되는지 살짝 웃었다.

제대탈장은 집에서 자연분만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새끼의 몸과 태반을 연결시켜주는 줄이 탯줄이다. 이 탯줄은 새끼가 어미 몸에서 분리되어 나오면 필요 없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퇴화해 말라 떨어진다. 분만할 때 보호자가 새끼를 받으면서 새끼의 몸에서 2~5㎝ 정도 탯줄을 남기고 단단히 묶은 다음 소독된 가위로 잘라 주면 된다. 이때 무리하게 탯줄을 잡아당기면 복벽에 손상을 줘 탈장을 유발한다.

이 밖에 제대 탈장의 원인은 어미의 노령화로 손상된 이빨, 또는 종 특이성에 의한 선천적 부정교합으로 탯줄을 잘 물어뜯을 수 없을 때 발생한다. 7살 이상 노령견의 경우 탯줄을 잘 관리하지 않아 탯줄에 염증이 생기거나, 어미가 너무 무리하게 탯줄을 끊으려고 입으로 물고 잡아당기는 과정에서 제대의 접착 부분에 손상을 줘 탈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부정교합이 있는 시츄, 퍼그, 페키니즈, 요크셔테리어종은 종 특이성으로 제대탈장이 많다. 이 경우도 부정교합으로 인해 제대를 잘 물어뜯을 수 없어 힘으로 탯줄을 무리하게 자르다가 탈장으로 이어진다. 탈장은 환납성과 비환납상으로 구별한다. 비환납성인 경우 제대에 지방이 계속 자라는 경우이다. 대부분 일정 크기 정도 자란 후에는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 크게 문제가 되지 않으면 수술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크기가 커 미용할 때나 눈에 확연히 띌 경우에는 수술로 제거해주는 것이 좋다. 환납성 탈출은 제대에 구멍이 있어 복강 내의 지방이나 장기가 밀려나왔다가 손으로 누르면 복강 내로 들어갔다가 손을 놓으면 밖으로 다시 탈출되는 것을 말한다.

환납성 수술은 환납링을 찾아 그곳을 단순 폐쇄봉합하는 수술만으로는 안 된다. 단순하게 봉합수술을 한 경우 대부분 재발되기 때문이다. 반드시 환납링 부위를 잘라낸 후 신선 창을 내고 봉합을 하여야만 환납링을 폐쇄시킬 수 있다.

최동학(동인동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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