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박2일'…고향집 머문 시간 줄었다

차례 지내자마자 '후다닥'…대부분 1박2일·당일치기, 일찍 돌아와 쇼핑·나들이

설 다음 날인 1일 오후 대구 동성로는 고향에서 일찍 돌아온 시민들이 영화 관람, 쇼핑, 친구 만나기에 나서면서 북적였다. 서광호기자
설 다음 날인 1일 오후 대구 동성로는 고향에서 일찍 돌아온 시민들이 영화 관람, 쇼핑, 친구 만나기에 나서면서 북적였다. 서광호기자

설날 다음 날인 1일 오후 3시쯤 대구 중구 동성로는 사람들로 붐볐다. 폭 10여m의 거리를 가득 메운 행인들은 서로 어깨를 부딪치기도 했다. 한 커피전문점은 1, 2층 약 330㎡ 공간의 좌석 80여 석이 모두 찼다. 문을 연 옷가게에도 사람들이 쉴 새 없이 드나들었다.

가장 붐빈 곳은 영화관. 이날 오후 1시를 기점으로 영화관 매표소를 찾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10명 중 2, 3명은 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 관객이었다. 사람들은 설 연휴 동안 고향집 친지들에 얽매이지 않고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이런 명절 세태의 변화로 고향집에 머무는 시간이 짧아지고 있다. 명절 전날 귀성했다 다음날 바로 귀가하거나, 명절 당일치기로 고향에 다녀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인천에 사는 박모(35) 씨 부부는 명절 때마다 양가를 모두 찾느라 연휴 앞뒤로 충분한 휴식 기간을 두는 편이다. 박 씨는 설 전날인 지난달 30일 본가가 있는 대구를 찾았다. 그는 설날 오전 차례를 모시자마자 처가가 있는 울산으로 향했다. 저녁 무렵에 도착해 처가 식구들과 인사를 나눈 뒤 다음날인 1일 점심을 먹고 서둘러 인천으로 돌아갔다.

박 씨는 "양가를 방문하다 보면 어느새 명절 연휴가 다 지나가버리기 때문에 정작 고향집에 머무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며 "맞벌이 중인 아내는 음식 마련과 설거지로 쉴 새 없고 나도 아이를 돌보고 운전을 하는 등 명절 때 쌓인 피로가 회사 업무에까지 이어져 힘들다. 조금이라도 일찍 귀가해 쉬고 싶다"고 했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임모(38) 씨도 설 전날 부모님이 있는 대구로 왔다. 그는 처가가 가까운 인천이라서 지난달 29일 저녁 처가에 먼저 설 인사를 했다. 임 씨는 "혹시 섭섭해할까 싶어 미리 처가를 방문한 사실은 대구 부모님에게 말하지 않았다"며 "설날 오후 처가를 찾는다는 핑계로 대구를 출발해 서울에 일찍 와 남은 연휴 동안 휴식을 하고 친구들과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대구의 김모(28'여) 씨는 설 당일 시댁인 포항을 찾았다. 두 살인 아이가 아픈데다 집 이외 낯선 곳에서 잘 자지 못한다고 시부모에게 설명했다. 김 씨는 설날 오후 대구로 돌아왔다. 그리고 남은 설 연휴 동안 영화를 보고 쇼핑을 즐겼다. 날씨가 따뜻한 2일에는 가족들과 가까운 교외로 나들이를 다녀오기도 했다. 김 씨는 "평소에도 자주 시부모를 뵙기 때문에 명절이라고 특별할 것이 없는데다 차례가 끝나면 외지에서 생활하는 다른 시댁 형제들도 설날 오후가 되면 고향집을 떠나기 바쁘다"고 했다.

고향집에 머무는 시간이 줄어드는 명절 세태 변화는 고속도로 교통량을 통해 확인됐다. 한국도로공사 경북지역본부는 설날인 지난달 31일 대구경북으로 들어온 차량은 49만4천263대, 빠져나간 차량은 48만7천810대라고 밝혔다. 이는 전날인 30일의 29만5천926대(유입)와 37만1천215대(유출)보다 각각 19만8천337대와 11만6천595대 많았다. 31일 통행량은 사실상 설 연휴가 시작된 29일 32만8천715대(유입)와 36만1천484대(유출)보다도 많은 수치이다.

명절에 고향집에 머무는 시간이 줄어드는 경향은 최근 정부 조사에서도 나타났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설 명절 고향에 머무는 날이 1박 2일은 2004년 22.2%에서 올해 34.0%로, 당일치기도 같은 기간 10.2%에서 12.4%로 모두 늘었다. 반대로 2박 3일 이상 고향에 머무는 비율은 67.6%에서 53.6%로 줄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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