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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시장은 과거에 비해 더 안전해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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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 기미를 보이던 세계경제가 또다시 요동치고 있다.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이 본격화하면서 전 세계 증시가 일제히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달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만난 많은 경제학자, 경제관료, IMF와 같은 국제경제단체 수장들도 세계경제가 회복으로 가는 과정에 숱한 함정과 장애물이 도사리고 있음을 경고했다.

지난번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남발한 유동성으로 인한 자산 버블이 상당하고, 소득 불균형과 고용 없는 성장으로 인한 수요 부족과 이로 인한 디플레이션 조짐 등 세계경제에 드리운 먹구름이 만만치 않다. 세계경제가 또다시 위기로 내몰릴 수도 있어 전 세계 정부, 금융기관, 기업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다보스포럼에서 가장 주목받은 세션 중 하나였던 '지금 시장은 과거에 비해 더 안전한가'를 관심 있게 지켜봤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 세계경제 시스템은 2008년 경제위기 이전과 비교할 때 새로운 위기를 이겨낼 수 있는 면역력을 강화하는 데 실패했고, 따라서 경제위기는 언제든 다시 찾아올 수 있다는 주장이 지배적이었다.

미국 엘리어트 매니지먼트 코퍼레이션 대표 폴 싱어는 패널리스트 발언을 통해 "파생상품이 빚어낸 신용 버블과 불확실성 증가로 세계경제가 안고 있는 리스크는 오히려 더욱 커졌다. 세계 경제위기를 촉발한 세계 굴지의 은행들이 지금도 파생상품을 대규모로 취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패널리스트들은 시장 불안이 여전하기 때문에 위기에 대비한 안전장치를 현재보다 더욱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금융시장 투명성을 더욱 강화해야 하고 특히 파생상품의 관리에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 은행뿐만 아니라 이른바 '섀도 뱅킹' 즉 비은행권 금융기관에도 규제 정책이 똑같이 적용되어야 리스크의 전이를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8년 세계 경제위기 이후 열린 5차례의 다보스포럼에서 가장 빈번하게, 또 깊이 있게 다뤄진 주제가 '위기 없는 세계경제 시스템으로의 재편'이었다. 매년 세계적인 전문가들이 모여 수많은 정책적 대안을 제시했지만, 대부분의 국가는 이를 거의 수용하지 않았다. 자국 경제에 미칠 부담을 우려한 탓이다.

세계 경제위기의 직접적인 단초를 제공했던 미국의 경우만 해도 금융사의 자기자본투자를 제한해 부실화를 방지하고, 헤지펀드와 사모펀드의 보유와 투자를 제한하는 '볼커룰'이 이미 2010년에 의회를 통과했지만 금융 감독 기구들이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난해 12월에야 이를 최종 승인했다. 그나마 2015년 7월까지 시행을 유예하는 조건이다.

EU도 미국의 볼커룰과 유사한 금융기관 규제 법안을 내놓기는 했으나 국가별로 자국 경제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해 차일피일 도입을 미루고 있는 형편이며, 빨라야 2017년쯤에 이 법안이 시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세계 경제위기 이후 빠른 기간에 경제를 정상화해 지속적인 성장을 해 온 몇 안 되는 OEC D 국가이다. 외환 보유고도 과거보다 훨씬 많아졌고, 경상수지도 양호한 상태이다.

여기에다 우리는 과거 IMF 외환위기를 극복한 경험도 있다. 이 같은 경험들이 앞으로 세계경제 흐름에 휘둘리지 않고 버티는 소중한 자산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가 얻은 가장 큰 교훈은 경제위기를 이겨내는 가장 큰 힘이 펀더멘털 즉, 튼튼한 실물경제에 있다는 점이다. 실물 분야가 국제 경쟁력을 갖추면 위기에 쉽게 휩쓸리지 않을 뿐 아니라, 금융발 위기가 닥치더라도 빠른 기간에 극복할 수 있다.

실물 분야의 경쟁력은 기업인들과 기업들의 파괴적이면서도 창조적인 에너지에서 나온다. 정부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기업들이 위축되지 않고 창조적인 기업가 정신을 발현해 시장을 개척하려는 적극적인 자세가 위기 국면을 타개하는 데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김영훈/대성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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