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똥남아'꿀벅지…은연중 내뱉는 차별적 언어

우리말에는 사회적 약자와 다른 문화에 대한 배타적이고 차별적 언어가 적잖게 발견된다. 한국사회는 차별적 의식이 만연해 있는 사회이다. '한국사회의 차별언어'는 바로 이러한 인식에서 시작하고 있다. 저자 이정복 교수는 서문에서 "차별 행위와 차별 언어가 공동체의 통합을 가로막는 부정적 요소"라고 명시하면서 언어의 문제를 사회적 편견과 차별의 문제로 연결시키고 있다. '언어'를 사회적 위계질서를 구성하는 생명력을 지닌 사회적 존재로 포착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모두 3부로 구성되어 한국 사회에서 사용되는 차별 언어의 쓰임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그 문제점과 해소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제1부에서는 차별언어에 대한 기존 연구를 검토한 후, 새롭게 개념 정의를 내리고 있다. 제2부에서는 차별언어의 실태를 영역별로 나누어서 세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제3부에서는 '개인 및 가정, 사회 및 국가, 인류 공동체' 차원에서 차별 언어가 가진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정리하고, '정부 차원, 언론 및 사회 차원, 개인 차원'으로 나누어 문제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저자에 따르면 남녀 차별이나 신분의 상하관계가 명확했던 한국 전통사회에서뿐 아니라 현대사회 전반에도 차별언어가 만연해 있다고 한다. 지역 갈등을 나타내는 '개쌍도' '고담대구' 등을 비롯해 '똥남아' '꿀벅지' 등 인종 차별과 성 차별의 의미를 내포하는 이런 단어들은 우리 사회 깊숙이 파고든 차별적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차별언어의 만연은 가치중립적이라고 판단되어 온 국어사전에서도 발견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저자는 실제 국어사전의 어휘와 용례에 대한 세밀한 분석을 통해서 이러한 일반적 인식의 맹점을 지적하고 있다. 우리 사회 인식의 단면을 보여주는 중요한 매체인 인터넷이나 모바일상의 언어사용 역시 여기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저자는 '무차별적'으로 살포된 '차별적' 언어의 범람을 통해 차별에 대한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날카롭게 파헤친다.

저자가 우리 사회에 요구하는 것은 한 가지이다. 개인들의 다양성과 차이에 대한 존중의 태도이다. 차이에 대한 인정과 존중 의식의 결여가 결국 지역, 성(性), 인종 간의 차별의식과 차별언어를 만들어 내고, 차별의식과 차별언어가 개선되지 않는 한 공동체의 실현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책은 언어학이 자족적 학문 세계를 넘어 사회적 실천의 영역으로 확장되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저자는 경어체가 특히 발달한 우리말을 전공하는 국어학자로, 현재 대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 책은 대구대 인문과학총서 34번째 책이다. 이정복 지음, 소통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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