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북구 산격 1, 3, 4동 주민이 직접 동네 만들기에 나섰다. 이곳은 낙후된 경북도청 인근 지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번 작업은 경북도청 이전 터 활용 방안 마련을 위한 대구시의 연구 용역 사업 가운데 하나로 동별로 한 팀씩, 세 팀이 5주에 걸쳐 만든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산격 1동은 용담재~채화당~구암서원을 잇는 역사문화 골목, 대학가여서 원룸이 많은 산격 3동은 밝은 거리 만들기, 산격 4동은 대구체육관 개방, 경로당 확충과 동네 경관 정비 등을 제안했다.
경북도청 이전 터 개발이라는 제한이 있지만, 이번 작업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행정이나 아파트 개발 업자 주도형에서 벗어나 주민 스스로 참여하는 주민 주도형 동네 개발이어서다. 사실, 이러한 형태의 동네 개발은 오래전부터 시작됐지만, 주민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자치단체의 의지와 재원 부족 등으로 지지부진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개발이 뒤떨어졌거나, 개발 가능성이 크지 않은 곳을 특색 있는 동네로 바꾸는 작업은 앞으로 도시 개발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또, 이런 유형의 작업은 다수 주민이 합심해 만들어 나가는 것인 만큼 부작용도 적고, 주민 간 소통 등 부대 효과도 얻을 수 있어 바람직하다.
문제는 재원이다. 주민이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를 내도 자치단체의 재정 지원이 따라주지 못하면 일을 추진할 수가 없다. 이런 지역 개발의 대부분은 재원이 마련되면 자치단체가 주민에게 요청하는 형태다. 이 때문에 행정 주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또한, 몇몇 자치단체에서 마을 개발을 공모해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사례도 있지만, 이 역시 국비 지원 등에 따른 일시적인 사업에 지나지 않아 연속성이 떨어진다.
낙후된 동네를 개발하려면 주민이 먼저 나설 필요가 있다. 의견 수렴으로 바람직한 개발 방향을 만들어 자치단체에 요구하는 것이다. 또 이런 분위기를 전 도시로 확산시켜야 한다. 이는 한시적 사업에서 벗어나 자치단체가 재원을 마련할 계기와 명분도 된다. 자치단체도 주민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데서 도심 재생 사업의 틀을 찾아야 한다. 특화한 마을 개발은 미래의 도시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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