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오인수(39) 씨는 건강검진을 받을 때 일반 위내시경 검사를 고집한다. 내시경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면 구역질이 나고 속이 메스껍지만 약물을 사용하는 수면내시경은 왠지 꺼림칙하기 때문이다. 오 씨는 "수면내시경을 하다가 깨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괜히 기억력도 떨어지는 것 같아 피한다"면서 "검진받을 때는 괴롭지만 검사 과정을 볼 수 있어서 참는다"고 했다.
위와 대장내시경 검사는 쉽잖은 검사다. 일반 내시경 검사를 받아본 사람은 내시경이 넘어갈 때 느끼는 통증과 구역질, 이물감 등이 얼마나 참기 어려운지 안다.
그러나 수면내시경에 사용되는 프로포폴의 중독성에 대한 사회적 우려도 크고, 수면내시경 후 호흡곤란으로 숨지는 사건도 생기면서 불안해하는 사람도 적잖다. 수면내시경, 어떻게 해야 안전하게 받을 수 있을까.
◆음주 잦거나 심장질환 있으면 위험
일반적으로 수면내시경이라고 부르지만 '의식하 진정 내시경'이 더욱 정확한 말이다. '진정'은 약물에 의해 의식이 가라앉는 수준을 말한다. 보통 최소 진정과 중등도 진정, 고도 진정, 전신마취 등 4단계로 나뉘는데 건강검진 내시경 검사 때는 중등도 진정을 하는 경우가 많다. 중등도 진정은 말이나 피부자극이 있을 때 검사받는 사람이 반응을 보이는 정도로, 호흡이나 심혈관 기능은 비교적 잘 유지된다.
수면내시경을 할 때 대부분 약물 진정이 잘 되지만 여의치 않은 경우도 있다. 평소 술을 많이 먹거나 신경안정제 등 향정신성 약품을 복용 중인 경우는 진정이 잘 안 되기도 한다. 불안감이 심한 경우에도 필요한 만큼 진정이 이뤄지지 않는 사례도 있다.
이런 경우 검사 중에 불편을 느낀 수검자가 항의하기도 한다. 수면 유도가 잘 안 돼 발버둥치거나 내시경을 집어넣는데 심하게 뒤척이며 일어나려는 경우도 있다. 내시경을 갑자기 빼려고 해 의료진들이 화들짝 놀라 제지하기도 한다. 무리하게 내시경을 잡아 뺄 경우 식도나 위벽에 상처가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면내시경을 하는 의료진 입장에서는 수검자가 생각하는 만큼 진정을 시키는 게 간단하지 않다. 사람마다 약물에 대한 반응이 다르고 진정되는 정도도 차이가 많기 때문이다.
◆미다졸람, 프로포폴 주로 사용
수면내시경에 사용하는 약물로 미다졸람과 프로포폴, 마약성 진통제 등이 있다. 가장 많이 쓰는 약물은 미다졸람이다. 미다졸람은 수면제와 비슷한데 기억 소실 효과가 있어 검사 중이나 검사 후 자기가 한 행동이나 말을 기억 못 하는 경우가 많다. 또 수검자 상태에 따라 제대로 진정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약효를 상쇄시키는 반대약이 있기 때문에 돌발 상황이 생겨도 대처하기 쉽다. 검사가 끝난 뒤에도 한동안 몽롱한 상태가 이어지는 점도 특징이다.
논란이 많은 프로포폴은 마취약에 가깝다. 약물의 투여량을 조절하면 검사에 적합한 마취 상태부터 전신 마취까지 가능하다. 지속시간도 짧아서 20~30분 정도면 깨어나 맑은 정신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양을 조절하는 게 쉽지 않다. 또 호흡곤란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수검자의 상태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 혈압이 떨어지기 때문에 심부전증이 있는 사람은 주의가 필요하다.
마약성 진통제는 주로 대장내시경을 할 때 사용된다. 구불구불한 장 속을 내시경이 통과할 때 고통을 느끼기 때문이다. 검사 중에 자세를 바꿔야 하기 때문에 환자의 의식이 있어야 해 마취제보다 자주 쓰인다. '마약'이라는 이름 때문에 기피하는 경향도 있지만 진단적 검사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는 중독에 이르진 않는다.
◆호흡 곤란'균형감 상실 등 부작용
수면내시경 중에는 약물로 인한 호흡곤란이나 운동 능력 상실, 균형감 상실 등의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 의료진은 검사 중에 호흡, 혈압, 심박수, 산소포화도 등을 감시한다. 검사 후에도 수검자가 안전하게 갈 수 있는지 의식 상태와 호흡, 산소포화도, 혈압, 운동기능 등을 평가해 귀가 여부를 결정한다.
수면마취로 인한 부작용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리 의료진과 상의하는 것이다. 병을 앓고 있거나 코골이'수면무호흡증, 약에 대한 이상반응, 알레르기 등을 알려줘야 하고, 평소 먹는 약이 있다면 무엇인지 알려줘야 한다.
위내시경 및 대장내시경이 많아짐에 따라 수면내시경도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면내시경으로 인한 합병증은 확률적으로 낮지만 주의할 필요는 있다.
도움말=대구가톨릭대병원 건강증진센터(가정의학과) 이건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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