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성로 인도 곳곳에 놓인 신종 불법 광고물 '엑스배너' 가 시민들의 보행권을 침해하고 있다.
엑스배너는 플라스틱으로 된 둥근 받침대 위에 빳빳한 깃발이 달린 사람 키 정도 높이의 입간판인데, 최근 도심 곳곳에 등장해 보행자의 통행 불편은 물론, 안전사고의 우려를 낳고 있다.
22일 오후 4시 동성로의 한 골목을 찾았을 때 8개의 엑스배너가 가게 밖 인도에 나와 있었다. 북적이는 인파 속에 엑스배너들은 보행자들의 어깨나 핸드백에 부딪히는 경우가 잦다. 중학생 이정은(14) 양은 "반대쪽에서 오는 사람에 가려 아무것도 없는 줄 알고 그대로 걷다 엑스배너에 부딪힌 적이 종종 있다. 엑스배너 때문에 짜증이 날 정도다"고 했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주부 유종휘(41) 씨는 "가끔 유모차에 엑스배너가 걸릴 때도 있다. 엑스배너가 넘어지기라도 하면 아기가 다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고 했다.
차량 통행이 가능한 골목에서는 보행자의 불편이 더욱 심했다. 보행자가 많은데다 차량까지 지나가다 보니 엑스배너 근처에 있는 사람들은 잠시 기다려 여러 대의 차량이 모두 가고 난 뒤에야 지나갈 수 있었다. 직장인 김은정(29) 씨는 "이렇게 차가 다니는 곳에서는 엑스배너가 시야를 가려 건너편에서 오는 차량을 자칫 볼 수 없어 위험하다"고 했다.
가게 직원들이나 시민들은 강풍이 불고 비가 오는 날에는 시내 곳곳에 엑스배너가 나뒹구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무게중심 역할을 하는 받침대가 가벼운 플라스틱 재질이어서 강한 바람이 불면 중심을 잡기 어려워 잘 쓰러진다. 가게 아르바이트생 박정은(22) 씨는 "비가 오는 날엔 엑스배너가 길거리 곳곳에 쓰러져 있는데도 한참 동안 방치돼 있어 미관상 좋지 않다"고 했다. 쇼핑 나온 심윤희(50) 씨는 "얼마 전 비가 왔을 때 길을 가다 엑스배너가 내 쪽으로 넘어진 적이 있어 많이 놀랐다"고 했다.
통행에 큰 지장을 줄 만큼 엑스배너가 늘어나는 이유는 가격이 저렴하고 설치가 쉬워서다. 디자인과 거치대 비용까지 모두 포함해 7만~8만원 정도인데다 길에 세워두면 행인들의 눈에 잘 띌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가게들이 앞다퉈 엑스배너를 설치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단속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엑스배너를 세워둔 동성로의 한 카페 직원 백모(29) 씨는 "길가에 광고물을 두려면 원래 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가게 가까이 두면 단속에 걸리지 않는다"고 했다.
중구청 관계자는 "유동 광고물은 단속 대상이지만 워낙 많은 가게가 엑스배너를 이용하다보니 가게 쪽을 벗어나 인도나 도로로 나온 배너에 대해서만 단속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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