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죽고 소는 산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회자하고 있는 '우생마사'(牛生馬死) 이야기가 재미있게 전개되고 있다.
'힘센 말과 우직한 소', 우리에게 친숙한 말과 소가 물속에서 경쟁을 한다면 결과는 어떻게 될까. 당연히 말이 이길 것이다. 말은 물속에서도 종횡무진으로 움직일 수 있다. 평지에서도 느릿느릿한 소는 물속에서도 고개만 빠끔히 내놓고 허우적 허우적거린다.
그러나 홍수가 나서 급류에 빠지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우생마사'의 핵심이다. 말이 자신의 힘을 믿고 물살을 거슬러 강을 건너려다 제풀에 빠져 죽지만 소는 흐르는 물살에 제 몸을 맡겨 서서히 물가로 나온다는 것이다. 오늘 창당하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안철수 의원이 한동안 '우생마사'를 자신의 화두라고 소개한 바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양당 구도를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제3신당 창당에 나선 그가 "내가 민심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뚜벅뚜벅 해나가면 결국 소처럼 강 밖으로 살아서 나올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자신을 우직한 '소'에 비유한 것이다.
정치인은 늘 자신의 정치적 선택에 '국민'과 '민심' '천심'을 내세우곤 한다. 안 의원이 신당 창당에 나섰을 때 밝힌 민심은 '새 정치'였다. 그러나 민주당과의 합당이라는 기존 구도에 편승한 지금, 그의 화두 '우생마사'의 결말이 궁금해졌다. 아직 그를 만나보지 못했지만 안철수판 '우생마사'의 속편은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소도 살고 말도 사는 '우생마생'(牛生馬生)이라고 주장하거나 소도 죽고 말도 죽는 '우사마사'(牛死馬死)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미 안 의원의 간곡한 부탁에 새 정치의 급류에 몸을 맡긴 김성식 전 의원과 윤여준 전 의장 등 안철수를 믿었던 수많은 소가 물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했다. 끈질기게 손을 내민다고 김한길 대표의 손을 덥석 잡아 혼자서 급류에서 빠져나온 것이 '우생마사'의 깊은 뜻인지는 아직 알 수가 없다.
안 의원이 간과했던 것이 있다, 소든 말이든 혹은 정치를 하는 인간이든 간에, 모두 무리를 지어 움직인다는 공통점이 있다. 아무리 세찬 급류라고 하더라도 힘센 말들이 함께 거슬러 헤쳐나온다면 물살에 떠내려가다가 익사하는 소보다 강을 건너가는 말이 더 많다.
또 하나는 민심 또한 세찬 급류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완만하게 흐르다가 급하게 흐르고 때론 역류하기도 하는 것이 민심이다. 소가 되기도 하고 말이 되기도 해야 하고 역류하는 민심에 당당히 맞서는 소와 말의 역할을 동시에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지도자다. 지금 안 의원은 스스로 탁류 속에 빠진 말이다. 더는 우생마사 운운할 소는 아니다. 그가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합당의 명분으로 삼은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도 이제 '우사마사'라는 진퇴양난의 처지에 처했다.
공천 폐지가 맞는지 공천을 개선하는 것이 더 옳은 일인지, 어느 쪽이 소인지 말인지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그들은 지난 대선에서 한 약속이기 때문에 지키겠다며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에도 요구했다. 물론 새누리당은 공약을 파기하고 공천을 진행하고 있다. 한쪽은 공천하고 다른 진영에서는 공천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양쪽에서 아우성이 터져 나오고 있다.
민주당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독주가 예상되자 새누리당은 '100% 상향식 공천'을 하겠다는 수정된 약속도 무시하고 친박계 중심의 자기 사람 심기에 여념이 없다. 정치적 약자인 '여성 배려'를 명분으로 한 여성우선공천지역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공천 관리를 책임진 홍문종 사무총장과 김재원 공천관리위 부위원장 등 친박계가 전횡하고 있다는 소문도 횡행하고 있다. 제1야당 진영의 무기력에 편승한 집권 여당의 안하무인격 공천 전횡이 도를 지나치고 있다.
청와대가 여의도 정치에는 관여하지 않겠다며 청와대의 정무 기능을 축소하고 소통을 막은 것도 이러한 친박계들의 활동 공간을 열어줬다. 확인되지 않은 '청와대의 뜻'이 정치권에 먹혀드는 것은 이런 연유다. 이런 친박계 인사들은 18대 총선 때 자신들이 공천 탈락한 것도 정치적 박해에 의한 것이라고 눈에 보이는 거짓말을 해대기도 했다.
한마디로 정치판은 아수라장이자 난장판이다.
이미 소를 자처한 안 의원도, 새 정치도 탁류에 휩쓸려 들어갔다. 안 의원과 결별한 윤여준 전 의장의 말이 공허하게 메아리친다. "새 정치가 무엇이냐…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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