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문제행동 배후에는 가족이 할퀸 상처가 자리해 있다. 이들의 성격은 상처투성이로 복잡다단하고 아이러니하다. 자존감이 낮고 속죄에 대한 자기비판 의식도 심해 타인보다 자기 잘못에 대해 더 차갑다. 이들은 사람들 관계에서 자기를 존중하거나 보호하는데 아주 취약하다. 그래서일까. 상담치유 과정에서 보여주는 이들의 자기상은 '자기 증오'와 '패배적인 자기상'이 지배적이어서 가족 속에서 그들의 입지를 바꾸는 것이 쉽지 않다. 그들은 상대방 욕구에 민감하며 언제든 '오토시스템'으로 헌신할 사람처럼 보인다. 어찌 보면 비굴하게도 보이고 또 천사의 착한 모습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모습이 바로 희생양들이 가진 '상처'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이들의 상처는 부모의 성격적 결함으로 인한 쓰나미 같은 공격적 욕구의 범람에서 시작된 경우가 많다. 부부는 갈등 충돌로 위험한 직면을 피하는 대신 부모 사랑을 갈구하는 유약한 자리에 있는 자녀를 선택하여 꼼짝없이 부부의 불안을 죄다 받아내는 감정의 휴지통으로 삼는다. 이런 가정의 자녀들은 자신이 무엇을 입고 무엇을 마시고 싶은지에 대한 욕구를 얘기할 수 있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단지 화가 난 부모에게 더 이상 거부당하지 않기 위해 금지하는 것에 절대복종하며 자신의 욕구와 감정을 억압시킨다. 그 결과 이들은 자아(ego)의 필수 기능인 자기주장과 공격성 간의 차이점을 온전히 학습하지 못한다. 그래서 대인관계에서 자신의 욕구는 아예 없었던 것처럼 무의식적 처리를 하든지 또는 욕구를 포장하여 대치하는 데 능하다. 그러다 보니 숨기는 게 많고 너그러운 모습을 만들어가지만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활화산을 잉태한 채, 이런 말을 곧잘 한다. '난, 괜찮아요' '그 사람은 잘못이 없어요' '제가 할게요'. 이것은 타인들의 공격을 상쇄시키기 위한 방어기제인데 착한 행동을 함으로써 상대 공격을 무력화시키는 약자의 또 다른 공격인 것이다.
결국 가족과 타인에 대한 이들의 '천사 같은 돌봄'은 과거에 당한 심리적 좌절을 재경험하지 않으려는 몸부림인 동시에 자기 상처를 투사시켜 결핍된 사랑의 본능을 간접적으로 충족시키는 또 다른 자기 사랑법이 아닐까.
대구과학대 교수 대구복지상담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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