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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읽기] 서정주 탄생 100주년…제자가 고른 '베스트 100'

무슨 꽃으로 문지르는 가슴이기에 나는 이리도 살고 싶은가/서정주 지음/은행나무 펴냄

내년 미당 서정주(1915~2000) 선생의 탄생 100주년을 앞두고 출간된 시 선집이다. 서정주가 시를 쓰기 시작해 70여 년 동안 발표한 15권의 시집, 1천여 편의 작품들 중 백미라 할 수 있는 100편의 시를 골라 한 권에 담았다. 시를 엄선한 사람은 서정주의 제자이자 서정주 연구자인 윤재웅 동국대학교 국어교육학과 교수다. 그는 서정주의 곁을 끝까지 지킨 가장 가까운 제자다. 서정주의 모든 작품과 미수록'미발표작까지 두루 꿰고 있다. 서정주의 작품 세계를 오롯이 이해하고 있는 연구자로 평가받는다.

이번 시 선집은 서정주의 시집 각 초판본을 바탕으로 원문 표기를 그대로 따르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독자의 편의를 위해 띄어쓰기는 현대 표기법에 따랐다. 하지만 시어의 의미와 소리에 관한 부분은 서정주의 최초 의도를 살리기 위해 그대로 게재했다. 윤재웅 교수는 "모국어가 가진 '소리의 묘미'에 대한 서정주의 선험적인 감각을 살리기 위해서이다. 또 방언에서 온 시어들이 서정주 시의 미적 성취의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이 책은 서정주의 문학 세계뿐만 아니라 서정주의 삶까지 오롯이 재조명한다. 윤 교수는 해설에서 서정주에 대해 "식민지 청년의 좌절과 방황, 광기와 예지가 뒤섞인 시간들, 부끄러운 친일이력, 동족상잔의 전장 체험, 군사정권과 민주정부를 거친 삶 등 파란만장했던 생애가 그의 작품에 투영됐다"고 평가한다.

특히 '서정주시선'(1956)은 한국전쟁의 참화를 겪고 난 뒤 정신의 공허를 극복하기 위해 발표한 시집으로 '국화 옆에서' '추천사' 등 주옥같은 대표작들을 담고 있다. 서정주는 시를 쓰고 읽는 것만으로도 상처받은 마을을 위로할 수 있다는 '긍정적 정서 순화'의 기능을 많이 보여줬다. 이후 서정주의 관심은 동양고전이나 한국의 문화유산으로 이어진다. 주로 신라문화를 탐구했다. '동천' '신라초' 등이 대표적이다. 서정주는 이야기꾼의 면모도 보여준다. 시집 '질마재 신화'(1975)는 기존 서정시와 달리 이야기를 시로 풀어낸다. 자신의 고향마을과 관련된 이야기를 시로 써낸 것이다. 말년의 서정주는 젊은 날부터 겪은 유랑의식을 미학적 이념으로 시에 담아낸다. 그가 선택한 시어는 '떠돌이'. 1990년대에 '늙은 떠돌이의 시' '80소년 떠돌이의 시' 등을 썼다.

서정주는 1915년 전북 고창에서 태어났다. 193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서 시 '벽'으로 등단했고, 1941년 첫 시집 '화사집'을 펴냈다. 245쪽,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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