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코노 피플] 김칠환 前 '지능형자동차 부품시험장' 건설현장소장

"39도 경사 곡면 도로공사 제일 어려웠죠"

"한국이 아시아권 자동차부품시험장의 허브(hub)가 될 수 있도록 제 경험을 전수하고 싶습니다."

동진건설(주) 김칠환(52) 소장이 2일 ITS지능형 자동차부품 시험장(달성군 구지면·이하 시험장) 준공식에서 대구시 표창을 받았다. 2010년 11월부터 작년 12월까지 3년간, 현장소장으로서 시험장 공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공로다. 김 소장은 화성산업과 동진건설에서 총 25년간 근무하며, 울릉일주도로, 4대강살리기사업 낙동강구간, 고속도로 공사 등 폭넓은 현장경험을 가진 토목 전문가다.

그런 그에게도 ITS지능형 자동차부품 시험장은 난공사였다. "시험장 부지가 낙동강변 연약지반이어서 물 빼기부터 해야 했죠. 청동기 유물 문화재가 발굴돼 공사가 12개월간 연기되기도 했고요."

10년 전 현대가 경기도에 지은 자동차 주행시험장 이외에는 국내에선 선례가 없는 공사이다보니 난관의 연속이었다. 도로 건축 기술을 총동원해야 했다. 시험장내 고속주행도로와 연결되는 곡선부 도로 공사가 대표적이었다. 39도 경사의 곡면 도로공사는 기존의 평면도로 공사방식으로 진행할 수 없었다. 콘크리트를 부어 굳히는 3~4m 짜리 목재 거푸집도 곡면 도로에는 맞지 않았다. 김 소장은 그동안의 도로 포장 경험을 살려 강재(鋼材)로 거푸집을 고안했다. 길이가 12m나 돼 설치와 해체작업이 쉬웠다. 획기적이었다. 그는 이런 '곡면 콘크리트 바닥구조체 시공방법' 등을 올해 2월 특허 출원했다. 또 곡면 도로의 높은 한 쪽을 공사할 때는 자동차용 잭(차량을 지면에서 들어올리는 기구)을 동원, mm단위까지 정밀한 작업이 가능했다.

경사 진 곡면도로를 매끈하게 포장해 줄 장비도 문제였다. 해외에 시공 문의를 했더니 부르는게 값이었다. "일본에선 40억, 독일에선 70억원을 요구하더군요." 김 소장은 수소문 끝에 현대 측으로부터 10년 전의 낡은 포장장비를 빌렸고, 이를 수리해 곡면 도로 포장을 할 수 있었다. 장비 임대, 수리, 시공에 든 비용은 12억원이었다.

시험장내 11개 특수로를 만드는데는 끈기와 세밀함이 요구됐다. 그중 3개는 국내 첫 시도였다. 빗길 주행 시험로와 외부 소음 시험로는 완공 후 ISO 인증을 받았다. 유럽 도로를 재현한 벨지언로(路)에는 12만개의 화강석 블럭이 정밀하게 설치됐다.

김 소장은 올해 1월 대구국가산업단지 1-5공구 현장소장으로 발령받아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에게 ITS지능형 자동차부품 시험장 공사는 유난히 뿌듯한 경험으로 남는다. "국내에 자동차주행 시험장이 5곳이나 더 들어선다는데, 제 경험이 국내 자동차 산업 발전에 소중한 밑거름이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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