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발표된 '교통사고 비용의 추계와 평가'에 따르면, 2012년 한 해 동안 교통사고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총 23조5천900억원으로 우리나라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1.9%, 국가 총예산의 10.6% 수준에 이른다. 사상자는 178만2천996명. 평균 18초마다 교통사고로 1명이 죽거나 부상을 당하는 셈이다. 이로 인한 1인당 사회적 비용도 767만원이나 된다.
교통사고의 원인은 여러 가지지만, 그중 신호 위반으로 발생하는 사고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경찰청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전체 교통사고의 44%가 교차로에서 일어난다. 교통신호 준수가 얼마나 중요한 약속인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대구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대구에서 신호위반 사고로 9명이 사망하고, 1천578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다행히 사고가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신호위반으로 단속된 경우는 무려 1만800건에 달한다.
2001년 미국을 들러 교통안전시설 및 교통신호 운영 시스템을 견학할 기회가 있었다. 그곳에서 느낀 두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교차로에서 신호위반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미국시민들의 교통법규 준수 문화도 있겠지만 이면에는 벌금이 무겁기 때문이기도 하다.
실리콘밸리를 방문하였을 때 과거 신호위반 사망사고가 발생했던 교차로에서 대기하던 중 특이한 표지판을 발견했다. 유심히 보니 추후 신호위반 방지를 위하여 해당 교차로에서 신호위반을 할 경우 일반 벌금의 10배를 적용한다는 보조 표지판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일률적인 벌금 기준보다 이와 같이 탄력적인 적용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봤다.
둘째, 무신호 교차로의 경우 주도로는 양보(YIELD) 표지판, 부도로에는 정지(STOP) 표지판을 설치해 부도로에서 접근하는 차량들은 어떤 경우에도 1초 이상 정지한 후 출발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이렇게 하면 교차로에서의 교통사고 위험이 크게 줄어들 것이다.
대구는 2013년 말 현재 1천515기의 교통신호기가 설치되어 운영 중이며, 혁신도시, 택지개발로 인한 주택단지 입주, 산업단지 준공, 생활도로 신호기 설치 민원 등으로 신호기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반면에 광역시 중 면적당 도로연장이 2.72㎞/㎢로 하위권이며, 자동차 1대당 도로연장은 2.38m/대로 전국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와 같이 도로연장은 짧고 자동차 등록 대수는 증가하는 현실에서 교통신호의 효율적인 운영을 통하여 소통과 안전을 지켜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대구시와 도로교통공단에서는 1988년부터 교통신호체계 기술운영사업을 매년 수행하고 있으며, 2013년 한 해 주요 간선 가로축에 대하여 교통신호 운영 개선사업을 수행해 왔다. 그 결과 가로축 평균속도는 약 10.3%의 소통 증진 효과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차량 정체에 따른 연료 소모 등 정체 비용 경제성 분석으로 따져보면, 282억원의 편익과 67억원의 환경비용 감소 효과가 있다. 게다가 시간가치 비용을 포함한다면 연간 총 절감 비용은 1천22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도로교통공단에서는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교통신호 운영과 시민 편의 위주 서비스 제공을 위하여 2012년 7월부터 교통신호불편 신고센터(1599-3572)를 운영하고 있다. 상습정체, 신호주기, 신호연동, 교통사고 위험 등에 대해 언제든지 접수할 수 있다. 도로의 주인인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는 교통환경을 개선함으로써 귀중한 생명을 구하고 낭비되는 연료와 시간을 줄여줄 것이다.
모 방송사의 '블랙박스로 본 세상'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면 신호위반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얼마나 빈번하게 발생하며 또 위험한지를 잘 알 수 있다. 신호위반은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만큼 '교통신호는 꼭 지켜야 될 약속!'임을 다시 한 번 기억하자.
김종원/도로교통공단 대구지부 교통신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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