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장점보다 부작용 많은 지역법관제 개선은 당연하다

대법원이 지역법관제 폐지와 벌금 미납 때 노역으로 대체하는 환형유치제 개편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사법 현안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대법원은 2004년부터 도입한 지역법관을 점차 줄여 장기적으로는 폐지할 방침이다. 신규 임용을 하지 않는 방법으로 개선하며 당장 내년부터 인사에 반영한다. 환형유치도 노역 일수의 하한 기준을 정해 벌금 액수에 따라 적용한다. 벌금 1억 원 이상 선고 사건의 노역 일당은 벌금액의 1천분의 1이 기준이다. 이에 따라 벌금이 100억 원 이상이면 최소 900일 노역이 하한선이다. 대법원의 이번 개선 방안 마련은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에 대한 일당 5억 원의 이른바 '황제 노역' 판결 여파로 장병우 광주지법원장이 사표를 내는 등 사법부의 권위가 추락하고 개혁 여론이 높은 데 따른 것이다.

향판(鄕判)이라고도 부르는 지역법관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역법관은 대개 특정 지역 출신이 그곳에서 10년 이상 또는 정년 때까지 근무하는 법관을 뜻한다. 지역법관은 지역 사정에 밝아 합리적이고 지혜로운 판결을 내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혈연, 학연, 지연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이런 법관이 퇴임 후 변호사가 되면서 전관예우 시비를 부르는 등 부작용이 더 많았다. 이번에 문제가 된 장병우 전 광주지법원장도 광주일고 출신으로 1985년 광주지법 판사 이후 29년 동안 광주지법에서만 근무한 전형적인 지역법관이다.

대법원이 지역법관제 등에 대해 개선안을 낸 것은 바람직하다. 법관은 민형사상 사건에 대한 최종 판단권자인데다 재량권도 많아 사회적 영향력이 강하다. 이런 점에서 지역법관제는 장점보다는 부작용이 더 많다. 이는 검찰이 2년 주기를 기준으로 순환 인사를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헌법 103조에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법관 개개인의 양심은 조금씩 차이가 있더라도 판결에서는 절대로 헌법과 법률 테두리를 벗어나면 안 된다는 것은 자명하다. 대법원은 제시한 개선안을 철저하게 추진해, 이번 사건을 법원이 국민의 신뢰를 받는 기관으로 다시 태어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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