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의 목련꽃이 지는 걸 보니, 여름이 성큼 한 발짝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다.
올해도 어김없이 나를 잊지 않고 찾아와 준 봄날과, 그리고 초여름의 기운에 감사한다. 독자분들께는 봄꽃잔치에 흥이 겨우셨는지….
훈훈한 봄밤의 공기와 함께 이선희의 '추억의 책장을 넘기며'를 듣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여고시절 앨범을 꺼내고 있다.
그때 그 시절의 아날로그적 향수와 청춘의 불안함을 달래 주었던 교회 앞 만두집의 옛날식 팥빙수가 눈에 아른거린다. 고소한 국산 땅콩과 미숫가루가 살살 뿌려져 있던. 많이 달지 않은 것이 조금 불만이었던 통팥이 올라간 팥빙수는 그 만두집에서만 먹을 수 있었다. 그 만두집의 주인장 부부가 손으로 빚어낸 오동통하게 주름이 잡힌 찐만두는 조금 늦게 가면 품절이다. 1980년대 이름도 기억이 나지 않는 그 만두집은 반경 10㎞ 이내, 아니 20㎞ 이내에도 없었던 것 같다. 그 집 딱 한 곳. 특히나 팥빙수를 팔고 있었던 만두집은 대구 시내를 통틀고, 내 기억을 통틀어도 그 집 한 곳뿐이었던 것 같다.
작년 방천시장 불쇼 등심구이가 맛있다고 해서 30여 분 줄을 서서 먹었고, 그 후에도 그 집은 30분에서 한 시간이나 기다려야 식당에 입장할 수 있을 만큼 큰 인기를 누렸다. 이제 더 이상 그 식당은 줄을 서지 않아도 된다. 대구 시내에 새로 생긴 고깃집은 불쇼를 하기 때문이다. 대구의 한 분식점에서 출시한 김밥은 이미 여러 개의 체인점을 가지고 있는 서울 브랜드에 아이디어를 도용당했다. 또한 햄버거 가게에서 힌트를 얻어 만든 식용 포장지로 김밥을 포장하는 방법은 이미 전국 몇백 개의 체인점을 보유한 유명 브랜드의 김밥에 베낌을 당했다.
작년 여름 빙수의 전쟁 속에서 서울의 한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소프트 아이스크림 위에 벌집을 올려서 인기를 모았다. 그 아이스크림 브랜드가 올여름 대구에 진출할지 내심 눈여겨보고 있었다. 역시나 예상대로 그 가게의 콘셉트를 그대로 베낀 아이스크림 가게가 여러 군데 생겨났다.
아이디어 하나로 승부를 걸고 열심히 연구하고 개발하는 동네형 작은 가게의 아이디어를 대형기업이 무차별적으로 따라하는 현상이 외식업계에서도 비일비재하다. SNS를 타고 퍼지는 바이럴(입소문) 마케팅의 속도를 앞지르는 것이 아이템 베끼기 현상이 아닌가 싶다.
베끼고 베낌을 당하는 이러한 현실 속에서 부산 중구 창선동 소재의 한 아이스크림 가게가 눈에 띈다. 어린 시절 과학 시간이면 가장 먼저 잡고 시작했던 삼각 플라스크. 그 플라스크의 이름을 땄나 보다. 하얀 실험용 유니폼을 입은 아이스크림 가게 직원들은 마치 화학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 연기가 풀풀 나는 아이스크림 기계를 진열해 놓고, 손님의 주문에 맞추어 과학 마술쇼를 하는 것처럼 아이스크림을 직접 만들어 준다. 아이스크림 스푼 대신에 주사기를 꽂아준다.
필자가 마케팅 강의 시간에 강조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아이템 전개 방법이다. 이를 통해 아이스크림 제조 과정에 소비자가 함께 참여할 수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게 된다. 과정을 하나하나 눈으로 봄으로써 그 상품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진다. 또한 아이스크림을 만들 때 액체 질소가 사용된다는 지식도 함께 공유하게 된다.
소비자들은 이러한 차별적이고 새로운 아이디어에 열광한다. 당연히 반응은 뜨겁다. 아이스크림 하나를 사 먹기 위해 한 시간 동안 줄을 서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당연히 SNS를 타고 입소문은 금세 퍼져 나간다. 아이디어가 좋으면 홍보는 필요 없다.
푸드 블로그 '모모짱의 맛있는 하루'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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