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사과산업 발전을 위한 단상

산업수명주기란 용어가 있다. 이는 어떤 산업이든 태동기를 거친 후에 성장기, 성숙기, 침체기를 반복하는 발전단계를 보인다는 것이다. 성장기에는 수요가 많아지고,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반면, 성숙기에는 발전이 정체되고, 가격과 이익이 감소되는 특징을 나타낸다고 한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 철강산업은 완연한 성숙기에 진입한 산업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사과산업은 어느 시기에 해당될까? 먹거리와 관련된 산업에 주기란 것을 대입하기는 쉽지 않지만, 성숙기 후반에 진입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우리나라 사과산업 관련 통계자료를 살펴보자. 재배면적은 1992년도 말 기준으로 5만2천985㏊에 이르렀으나 2002년도에는 2만6천200㏊로 절반 수준으로 감소하였다. 생산량도 1995년도 71만6천 톤에서 2004년 35만7천 톤으로 감소하였다.

그런데 재배면적은 2002년 이후, 10여 년 이상 지속적으로 증가하였다. 2005년부터 연간 1천㏊ 정도씩 증가하여 2008년 3만12㏊(2008년 6월 농업관측자료)에 이르렀다. 이후 현재까지 비슷한 수준의 재배면적을 유지하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14년 농업전망에 따르면 재배면적은 2017년까지 완만하게 감소되지만, 생산량은 완만하게 증가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유는 현재 전체 재배면적의 약 29%를 차지고 하고 있는 어린나무가 성목이 되면 생산량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사과생산체계가 생산량이 더 많은 밀식재배체계로 전환되었다.

재배면적이 최근에 들어와 정체 상태여서 성숙기에 진입한 산업은 생산성 향상과 시장 확대를 통해 경쟁력을 유지하고, 비용 감소와 효율성 증대에 주력하여야 침체기의 도래를 늦출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지혜롭게 대처하기 위해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맛있는 사과를 만들어야 한다.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호응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맛이 좋아야 한다. 품종 고유의 맛을 낼 수 있는 지역에서 생산하여 알맞게 익었을 때 수확하여야 한다. 소비자의 외면을 받는 덜 익은 '쓰가루'(속칭 아오리) 출하는 고쳐져야 한다. 사과는 너무 크면 맛이 떨어진다. 300g 이상의 큰 것보다는 250g 정도의 것이 훨씬 맛이 좋다. 맛이 좋다면 소비자들의 재구매도 늘어나서 소비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둘째, 안심 사과를 만들어야 한다. 안심하고 껍질째 사과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소비자들의 신뢰를 높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사항이다. 안전사용기준을 준수한 최소한의 방제와 약제 사용으로 잔류농약 '0'의 안심사과를 만들어야 한다.

셋째,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생산성이 높으면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밀식재배 체계가 가장 좋은 방법이며, 이 경우 덤으로 품질 또한 높일 수 있다.

넷째, 과실 색깔의 다양성을 높여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사과는 대부분 빨간색이다. 그러나 노란색, 연두색 등 다채로운 색을 가진 사과 품종들이 많으므로 '삼색 포도'처럼 '삼색 사과' 판매도 가능하다.

다섯째, 적극적으로 수출시장을 확대하여야 한다. 현재는 국내가격이 낮지 않아 사과 수출량이 매우 적다. 그러나 과잉생산과 수입산 사과의 시장진입을 대비해서 수출시장을 꾸준히 확보할 필요가 있다.

여섯째, 신규 사과원 개원은 신중하게 결정하자. 앞으로 생산량 증가, 수입개방 등으로 사과 가격 하락이 예상되므로 현재 단위면적당 소득을 예상하고 개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앞으로 가격 하락을 염두에 두고 신규개원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이런 점들을 적극적으로 실천할 때 우리나라 사과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성숙이 가능할 것이다.

권순일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사과시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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